8개 병원서 프로포폴 60회...서울시, 의료용 마약 오남용 5곳·환자 16명 수사 의뢰

2024-08-12 14:13
서울시, 마약류 의료쇼핑 차단위해 단속 나서
'졸피뎀 2240정 처방' 환자·의료기관 적발...검찰 송치
총 176곳 점검...3000여곳 대규모 현장점검 추진할 것

[사진=연합뉴스]

여러 병원을 돌며 프로포폴·졸피뎀 등 의료용 마약을 상습 투약하는 이른바 '마약류 의료쇼핑'을 막기 위해 서울시가 단속에 나섰다.

시는 12일 자치구와 함께 프로포폴·졸피뎀 취급 의료기관 176곳을 점검해 오남용 의료기관 5곳과 환자 16명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또 의료기관이 환자의 마약류 의료쇼핑이 의심될 때는 투약내역을 확인하고 처방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단속에 적발된 환자 A씨는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10개월간 8개 의료기관에서 60회에 걸쳐 미용 시술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받았다.

또 다른 환자 B씨는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한 의료기관에서 40회에 걸쳐 졸피뎀 2240정을 처방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졸피뎀은 하루 1정(10㎎)을 초과해선 안 된다. B씨와 해당 의료기관은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유죄가 확정되면 처방의사는 업무 목적 외 사용으로, 환자는 마약류 취급자가 아닌 자가 마약류를 취급하는 조항으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정량을 초과해서 환자에게 처방한 의료기관도 단속망에 걸렸다. C성형외과의원은 환자 4명에게 미용시술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월 2~3회 투약했다. 미용시술 목적 프로포폴은 월 1회 투약으로 제한돼 있다.

또 D성형외과의원은 환자 2명에 대해 최대 허가 용량에 비해 4배 이상인 3000㎖를 투약했다. 수술 수면 마취 목적 프로포폴은 허가 용량이 성인 남성 기준 745㎖다.

시는 "의사가 진료 시 환자의 마약류 투약내역을 확인해 마약류 오남용이 우려되면 마약류를 처방(투약)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서울시의사회와 서울시병원의사회에 당부했다. 시는 의사회에 '처방 시 투약내역 확인' 협조를 요청하고, 이 같은 내용을 적극 홍보해나갈 방침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의무 확인 대상으로 프로포폴을 추가해 관리할 것을 건의했다. 현재 의사는 펜타닐 제제 처방전을 발급할 때만 의무적으로 환자 투약내역을 확인하게 돼 있다. 

시는 의료기관을 통한 마약 상습 투약을 근절하기 위해 프로포폴·졸피뎀 취급 의료기관을 점검하고, 오남용 의심 의료기관과 환자에 대해서는 ‘서울시 마약류 오남용 판정 자문단’ 회의를 거쳐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하고 있다.

시는 의료용 마약류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프로포폴을 취급하는 3000여 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대규모 현장점검을 추진하고,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를 실시할 계획이다.

김태희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을 예방하기 위해 하반기에도 자치구와 의료기관을 합동 점검하겠다"며 "의료용 마약류의 적정한 처방·사용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