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조차 어려운데…8·8 대책으로 노·도·강 재건축에도 볕 들까

2024-08-13 16:26
사업성 개선대책 나왔지만 '현실화 불투명'…현장 변화는 미미해

노원구 아파트와 창동차량기지 부지 전경 [사진=노원구]

정부가 8‧8 대책으로 불리는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서울 외곽지역 재건축 사업에도 속도가 날지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노원구, 도봉구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집값으로 일반분양 수익이 저조하고, 소형 면적 위주로 구성돼 분담금 부담이 높아 재건축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1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 재건축 단지 주민들은 최근 '8‧8 대책 실행 촉구'를 위한 서명운동에 나섰다. 대책 추진을 위해 신속한 법안 개정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한 추진위 관계자는 "이번 대책 내용 상당수가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여야 간, 지역 간 협력이 필요하다"며 "외곽지역 재건축 단지들 모두 오랜 기간 공회전 중인데, 이번 기회에 정치권에서 도와주면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8‧8 대책에는 3년간 한시적으로 재건축 용적률을 기존 법적상한의 1.1배(역세권은 최대 1.3배)로 올려주고, 임대주택 비율과 녹지 확보의무, 높이제한 등을 완화해주는 등 사업성을 개선하는 내용이 담겼다. 노원구처럼 공시지가가 서울 평균보다 낮은 지역은 임대주택 건설 의무 비율을 증가한 용적률(50%)의 절반(25%)이 아닌 최저 15%까지 낮춰준다. 

하지만 대책의 상당수가 법안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어서 결국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현실화가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계주공5단지 재건축 추진준비위 관계자는 "노원구에 유리한 방향의 대책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매수 문의가 늘거나 주민들 분위기가 바뀌진 않았다"며 "정책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보니 변화를 체감하기는 이른 것 같다"고 전했다. 상계주공13단지 관계자도 "여야가 대치하는 상황 속 야권에서 협력해줘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여 결국 반쪽짜리 정책이라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노원구 다수 재건축 단지는 오랜 기간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을 위한 비용 모금에 나서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상계동 상계주공13단지는 지난 2021년부터 안전진단 신청을 준비해왔으나 4년째 안전진단 비용을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 상계주공13단지 관계자는 "원활히 추진되는 단지는 3개월 만에도 안전진단 준비가 끝나는데, 여기는 몇년째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타 단지에 비해 재건축 기대감이 낮은 영향으로 조합원 간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7단지도 지난해 11월부터 정밀안전진단 모금을 시작했으나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참여율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계주공7단지 관계자에 따르면 가구당 50만원 이상, 총 3억6000만원 모금이 목표다. 

노원구 재건축 추진단지 관계자는 "보통 안전진단 비용은 2억 초반~3억원 중반 정도 들어 가구당 50만원 이상 모금을 받는데, 이곳은 고령 가구나 소형 면적에 거주하는 분들이 많아 모금이 타 지역보다는 쉽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밖에 중계동 중계주공5단지는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모금을 지난달부터 시작했고, 중계주공7단지도 모금 전 안내문 등을 준비 중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결국 시장에서 가장 수요가 높은 서울 신축아파트에 대한 공급 대책은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라며 "이번 대책에 법 개정 사항이 많은 만큼 공약으로만 끝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이행되기 위한 후속 조치가 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원구에는 재건축 가능 연한인 준공 30년 이상의 아파트만 6만7000가구에 달한다. 인근의 도봉구 창동 일대는 마지막 주자이던 창동주공4단지가 최근 예비안전진단을 신청하면서 주공아파트 7개 단지 모두 재건축 절차에 돌입했다. 창동주공 1~4단지와 17~19단지로 총 1만778가구 정도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 한양아파트 일대 [사진=박새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