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양대 파운드리 SMIC·화훙 희비 엇갈린 2분기 성적표...이유는?

2024-08-09 14:38
SMIC 매출 전년比 22%↑...화훙 24%↓
12인치 웨이퍼 생산능력 차이 성적 갈라
생산량 증대 위한 지출로 양사 순익 급감
미국 제재 대비 반도체 사재기한 영향도

[사진= AFP·연합뉴스]

2분기 중국 양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이 정반대의 성적표를 받았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SMIC의 매출은 지난해 2분기보다 증가한 반면, 2위 화훙반도체는 매출이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이에 9일 홍콩증시에서 SMIC 주가는 장중 6% 이상 급등했고, 화훙반도체는 7% 이상 급락했다. 두 기업 모두 순이익은 급감했는데, 미국의 제재에 대비해 첨단 반도체 개발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영향으로 보인다.   

SMIC는 전날 저녁 실적발표를 통해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19억13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1억6460만 달러로 59% 감소했으나 전분기 대비로는 129% 급증했다.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1억380만 달러도 훌쩍 웃돌았다.

같은 날 화훙반도체는 2분기 매출이 4억785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한 수준이다. 순이익은 667만3000달러로 91.5% 줄어들었다. 다만 매출총이익률은 10.5%를 기록해 전년 동기 6%는 물론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었다. 

양사의 희비가 엇갈린 것은 SMIC는 12인치 웨이퍼 매출 비중이 높고, 화훙반도체는 12인치보다는 8인치 웨이퍼 매출 비중이 높은 영향이 크다. 8인치 파운드리는 구공정, 12인치 파운드리는 신공정이다. 2분기 SMIC의 12인치 웨이퍼 매출 비중은 74%에 달했는데 화훙반도체는 49%에 그쳤다.

8인치 공정은 가격이 하락세를 그리고 있는 데다,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 화훙반도체는 12인치 웨이퍼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두 번째 12인치 공장 가동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더욱이 SMIC는 자동차·가전 등에 쓰이는 래거시(범용) 반도체뿐만 아니라 첨단 반도체 개발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화웨이가 출시한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 60에 탑재된 7나노(나노미터·1나노는 10억분의1미터) 공정 칩인 기린9000도 SMIC가 생산했다. SMIC의 제품별 매출 비중을 보면 가전(36%), 스마트폰(32%), 웨어러블기기(11%), 산업 및 자동차(8%) 순이다. 

다만 두 기업 모두 12인치 웨이퍼 생산량 확대 등을 위한 자본 지출이 증가하면서 순이익이 크게 줄었다. 자오하이쥔 SMIC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12인치 웨이퍼 생산 능력 확대를 언급하며 “신규 사업이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게 업계 법칙”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제재에 대비해 미리 반도체 장비를 사재기하고 있는 것도 순이익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중국 수입이 급증했는데, 외신은 이를 두고 중국 반도체 제조사들이 장비 주문을 서둘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의 제재에 대응해 ‘반도체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국은 레거시 반도체 시장 위주로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레거시 반도체는 보통 28나노미터 이상의 성숙 공정에서 생산된 범용 반도체를 말한다. 초미세 공정이 필요한 첨단 반도체와 대조되는 개념이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3% 증가한 1499억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 시장 성장률은 21.6%에 달했다. 올해 1~7월 중국의 반도체 수출액은 6409억1000만 위안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한 것으로, 수출 성장률이 선박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