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2024] 무표정 北 방철미, 임애지 한마디에 '미소'

2024-08-09 09:37
복싱 시상대에 남북 나란히…분위기 냉랭
'안 보이는 곳서 안아줬나?' 질문에 "비밀로 하겠다"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54㎏급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한국 임애지(오른쪽)와 북한 방철미가 시상대에 올라 삼성전자 갤럭시 Z플립6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4kg급에서 남북이 동메달을 따내며 나란히 시상대에 오른 가운데 시종일관 무표정을 고수하던 방철미(북한)가 임애지(화순군청)의 한마디에 미소를 보였다.
 
이날 각각 동메달을 목에 건 임애지와 방철미는 얼어붙은 남북 관계를 보여주듯, 시상식 내내 서로 거리를 뒀다. 환한 미소를 보여준 임애지와 달리, 방철미는 시종일관 굳은 표정이었다.
 
기자회견에서도 둘의 온도 차는 극명했다. 임애지가 “파리 올림픽에서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아서 행복했다. 올림픽같이 축제를 즐길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며 메달 획득을 기뻐한 것과 달리, 방철미는 “이번 경기에서 1등을 하자고 생각하고 왔지만, 3등밖에 쟁취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남북 선수가 나란히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소감에서도 임애지가 "지금은 (남북이) 나뉘어져 있지만, 같이 힘을 내서 메달을 따서 좋았다. 다음에는 (방철미와) 결승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방철미는 "선수로 같은 순위에 선 것에 다른 것은 없다. 다른 감정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시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하던 방철미는 임애지의 말 한마디에 미소를 보였다. 일본 기자가 '임애지가 준결승 끝나고 시상식에서 방철미 선수를 안아주고 싶다고 말했는데, 안 보이는 곳에서 실제로 안아줬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쉽게 입을 열지 못하던 임애지는 “비밀로 하겠습니다”라고 말했고, 이에 무표정을 유지하던 방철미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