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중기·소상공인 눈물과 곡소리에 웃음보 터진 알리·테무

2024-08-09 06:00

김정래 기자. [사진=아주경제]


티몬·위메프(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해 여러 피해 구제책과 개선책이 나오고 있지만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환불은 소비자에 국한되고 개선책은 사후약방문에 불과해서다. 특히 피해를 본 판매자들은 긴급자금 대출에 목을 매고 있고, 중소 티메프 입점업체는 줄도산 위기에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티메프 사태 피해액은 1조가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되지만, 티메프 모기업인 큐텐그룹 자금 동원력이 1000억원 미만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곡소리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반면, 중국계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 정산 지연, 소비자 환불 사태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7월에 값싼 공산품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대거 중국계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만 20세 이상 대한민국 성인이 결제한 금액을 표본조사한 결과, 중국계 이커머스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7월 합산 결제 추정금액은 3068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64% 급증했다. 지난달 앱 사용자 수 역시 알리익스프레스 847만명, 테무 755만명으로 합계 1601만명을 기록했다. 합산 사용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6% 폭증했다.
 
티몬(437만명)과 위메프(432만명) 이용자가 이번 사태로 빠져나간다면,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계 이커머스가 주도하는 구도로 재편될 수 있다. 티메프 사태 이후 중국계 이커머스들의 공세가 쏟아지는 이유다.
 
중국계 이커머스들은 위메프와 티몬에서 떨어져 나온 소비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할인 쿠폰 등 출혈 마케팅 경쟁을 펼치기 시작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대규모 음료 세일 기획전’ 등 여름 맞이 프로모션에 돌입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뉴스룸’을 열고 미디어 관계자와 입점업체, 소비자들에게 회사 관련 뉴스와 홍보성 콘텐츠도 배포했다. 테무도 1주년 맞이 90% 할인 행사를 시작했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상거래 플랫폼인 타오바오는 지난 3일부터 한국을 대상으로 무료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판매자들이 부담스러워했던 반품과 환불에 대해서도 모든 책임을 알리바바가 떠맡기로 했다.
 
티메프 사태 핵심 원인은 큐텐그룹의 자금 남용·유용이다. 하지만 올 들어 중국계 이커머스들이 초저가를 앞세워 한국 유통시장 공략에 나선 것도 티몬, 위메프의 출혈경쟁과 부실을 초래한 요인 중 하나다. 
 
티메프 사태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보다 질서를 잡아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중소 온라인 유통·제조사들의 해외 판로 다각화와 소상공인 전용 통관체계 구축, 인증 비용 지원 등 정부 정책 지원도 병행하는 해결책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