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국민 혈세 매년 4억3400만원 아끼는 박수칠 일을

2024-05-22 08:46

김정래 산업부 유통중기팀 기자 [사진=김정래 기자]

거두절미하고 말해보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이 대전 중구 소상공인만을 위한 조직인가. 더불어 현재 소진공 사옥이 있는 중구 소상공인만 소상공인이고, 사옥 이전이 예정된 유성구 소상공인은 소상공인이 아닌 것인가.
 
소진공은 소상공인 육성과 전통시장·상점가 지원 및 상권 활성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중기부 산하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이다. 대전 중구가 ‘오직 소진공은 중구에’라며 소유권을 주장하는 근거가 무엇인가. 게다가 소진공 본사가 유성구로 옮겨 가더라도 대전충청지역본부와 대전남부센터는 여전히 중구에 남아 있지 않은가.
 
중구 대흥동 사무실 연간 임차료는 17억6000만원, 보증금은 10억2000만원이다. 새로 옮길 유성구 지족동 건물의 연간 임차료는 13억2600만원, 보증금은 4억9500만원이다. 준정부기관인 소진공이 자진해서 국민 혈세를 매년 4억3400만원이나 아낀다는데 박수를 쳐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업무 효율도 개선된다. 3년 전 대전에서 세종으로 옮겨 간 주무 부처인 중기부와 거리가 33㎞에서 14㎞로 줄어든다. 출장 시간으로 따지면 현재 왕복 120분에서 이전 시 40분으로 단축된다.

소진공은 그간 여러 이유로 퇴사하는 직원들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열악한 근무환경이라도 개선하려 했지만 번번이 불발됐다. 일례로 2021년 대전에서 세종으로 옮긴 중기부를 따라 이전을 추진했다가 ‘대전 잔류’ 목소리가 힘을 받아 무산됐다. 이듬해 9월 유성구 신세계사이언스콤플렉스 건물로 옮기려고도 했지만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기관이 대기업 건물에 입주한다는 비판을 받아 이뤄지지 않았다.
 
소진공 사옥 이전으로 인한 중구 지역 상권 침체 우려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소진공 이전이 곧 상권 침체라는 공식은 지나친 비약이다. 그런 논리라면 직원 복지를 위해 소진공 사옥에 구내식당을 만들어서도 안 되는 것이고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직원들에게 저녁 술자리를 피하라는 지침도 지양해야 할 일이 된다.
 
상권 침체 타개를 위해 중구가 노력할 일은 지역 상인들이 지역만의 차별적인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또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소진공과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박성효 소진공 이사장은 퇴진하라’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사과하라’ 등 감정적 언사를 쏟아내는 실익이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