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시장조성자 평가에 체결률 포함"...증권업계 반발
2024-08-09 06:00
"시장조성자 유동성 공급이라는 제 역할 못하고 있어" 지적
금융감독원이 차입 공매도를 허용한 시장조성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평가기준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 유동성 공급을 책임지는 시장조성자가 잦은 호가 취소와 주문 정정을 하며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시장조성자 역할을 수행하는 증권사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로 유동성 공급도 줄어든 마당에 자체 비용까지 들여 플레이어로 참여하고 있는 시장조성자들에게 호가 취소와 주문 정정 문제를 금감원이 걸고 넘어지려 한다며 맞서고 있다.
8일 금융당국은 연말께 시장조성자의 평가 기준인 스프레드 범위와 호가 제출 여부에 체결률과 정정 취소율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05년 도입된 ‘시장조성자’ 시스템은 거래소와 계약을 체결한 증권사가 사전에 정한 종목에 대해 지속적으로 매수·매도 양방향의 호가를 제시해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해당 제도는 유동성이 적은 종목에 호가를 촘촘하게 제시해 가격 형성을 돕고 매매가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돕는 순기능이 있다.
거래소는 스프레드를 중점으로 시장조성자의 점수를 매겨 체결 비용을 보조하도록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점수가 높은 시장조성자들은 원하는 종목을 우선 선택할 수 있어 유동성 공급과 인센티브 취득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지난해부터 금지된 공매도 금지 조치 역시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시장조성자의 역할이 거래 물량이 적은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2016~2021년 이뤄진 거래소 검사를 근거로 시장조성자 평가 기준이 주요국 대비 다소 느슨하다고 판단, 거래소가 시장조성자의 거래체결 회피를 방조했다고 지적했다.
의무 스프레드 부문의 경우 해외 주요국 대비 한국 기준이 더 높다. 미국은 8%~30% 적용, 독일은 2%~4%, 영국은 5%~25%인 데 반해 한국은 최대 2%로 호가 범위를 더 좁혀 놓아야 한다. 다만 의무 유지 시간 비율은 미국은 100%, 독일 영국 90%, 한국은 80%로 주요국보다 낮은 편이다.
금감원은 의무 유지 시간 비율이 낮다는 점을 들어 시장조성자의 호가 취소와 주문 정정률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외 대다수 주요국도 체결 관련 지표는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체결 기준을 평가 기준에 포함하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시장의 경우 이차전지주, 밸류업 관련주 등 특정 섹터로 투자자들이 몰리는 경향이 잦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시장조성자가 아무리 스프레드를 촘촘하게 만들고 호가를 제시해도 투자자가 관심이 없으면 거래가 없다”며 “반대로 스프레드 폭이 넓어도 시장에 이벤트가 생기면 투자자들은 산다. 즉, 시장 상황과 운이라는 게 있는데, 체결 위주로 평가가 된다면 과열 양상과 함께 평가에 대한 공정성 문제가 생긴다”고 우려했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를 토대로 최종 의견을 거래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검사 제재에 관한 규정은 최대 6개월까지 이행 기간을 두고 있다. 거래소는 빠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시장조성자에 대한 평가 기준에 체결 여부를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요구 사안이 불합리한 경우가 아니라면 피감독인 거래소는 이행하는 것이 맞다"면서 "시장조성자의 유동성 차이에 따른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