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미성년자 나체사진 요구…병사들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유지

2024-08-07 12:00
2020년 7월부터 '일과 후 병 휴대전화 사용 정책' 시행
3차례 시범 운영 결과 불법 도박·디지털 성폭력 등 적발
국방부 "임무 수행에 부정적 요인 발견…현행 유지 결정"
기존 사용 불가 훈련병 주말·공휴일 1시간 가능토록 허용
군병원 입원환자, 의료 처치 등 고려 평일·휴일 동일 사용

[사진=국방부]
다음 달 1일부터 병사들의 휴대전화 소지 시간이 '일과 후'로 현행과 같이 유지된다. 국방부는 관련 정책의 시범 운영 과정에서 불법 도박, 디지털 성폭력 등 위반 행위가 드러나 기존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훈련병은 주말·공휴일에 1시간, 군병원 입원환자는 평일·휴일 동일하게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일과 후 병 휴대전화 사용 정책' 시행 이후 일과 중 병 휴대전화 소지 가능성 등(훈련병 사용 포함)을 신중히 판단하기 위해 2021년 11월부터 총 3차에 걸쳐 시범 운영을 진행했다고 7일 밝혔다. 

앞서 국방부는 2020년 7월부터 병사들이 평일 일과 후(오후 6시~9시), 휴일(오전 8시 30분~오후 9시)에 휴대전화를 소지·사용하는 정책을 시행해 왔다.

국방부 관계자는 "시범 운영 결과 소셜미디어(SNS)로 미성년자를 협박해 나체 사진 등의 영상 촬영을 요구하는 등 군 본연의 임무 수행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요인들이 식별됐다"며 "병사들이 본연의 임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휴대전화 소지 시간을 '일과 후'로 현행과 같이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국방부는 기존 정책에서 휴대전화 사용이 불가했던 훈련병은 △가정과의 소통과 고립감 해소 △원활한 행정 업무 지원을 위해 주말·공휴일에 1시간 사용하도록 했다. 군병원 입원환자는 △원소속 부대·가정과의 소통 △의료 처치 단계(보호자 동의 등) 간 효율적인 환자 관리 △과업이 없는 입원 생활의 특수성을 고려해 평일·휴일을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국방부는 시범 운영을 시행하면서 일과 중 휴대전화 소지·사용 기준을 구체화하고, 위반 시 제재 기준을 강화했다. 또 소지·사용 기준은 경계·당직 근무 중에는 소지하지 않고 별도 보관하게 하고, 근무 시간 중 사용은 불가하나 지휘관이 승인한 시간·장소에 제한적으로 사용하거나 식사·개인 자율 활동 시간에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 구체화했다. 

제재 기준은 경미한 사용 수칙 위반의 경우 기존 사용 제재만 하던 것에서 사용 제재 또는 외출·외박 제한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보안규정·법령 등 위반의 경우에는 기존 사용 제재 또는 징계 처분에서 징계 처분만 할 수 있도록 강화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에도 사용 수칙 위반 건수는 시범 운영 전과 유사했으며, 육군의 경우에는 오히려 더 증가했다. 

특히 국방부는 보안 위반, 불법 도박, 디지털 성폭력 등 악성 위반 행위가 지속해서 적발돼 사용 시간 확대 시 더욱 증가할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일과 중 근무·교육훈련 집중력 저하 △동료와의 대화 단절과 단결력 저하 등을 우려하는 시범 운영 부대 간부들의 의견도 다수 보고됐다. 

주요 악성 위반 행위 사례를 보면 입대 전·후 불법 도박 사이트에 접속해 억대 불법 도박을 하며 자금 마련을 위해 병사들로부터 금전을 편취했다. 또 SNS를 통해 알게 된 미성년자를 협박해 나체 사진 등의 영상 촬영을 요구해 전송받았다가 경찰에 적발되거나 생활관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던 동료 병사의 사진을 촬영 후 중대원이 참여해 있는 채팅방에 유포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앞으로도 장병 소통과 복무 여건이 개선되도록 지속 노력하는 한편, 군 본연의 임무 수행과 보안에 문제가 없는 방향으로 병 휴대전화 사용 정책을 개선·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병 휴대전화 사용 정책 보완 시행 방안은 지난달 정인섭 민간위원장과 김선호 국방부 차관 공동 주관으로 개최된 '2024년 1차 군인권개선협의회'에도 보고돼 검토를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