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웅의 정문일침(頂門一鍼)] 평택시의회 여야 명분 없는 싸움, 뽑아준 시민이 부끄럽지도 않나?

2024-08-07 05:05
한달 넘게 원구성 파행 민생 조례안 줄줄이 지연
감투 빌미로 여야 네 탓 공방 가열 피해 시민 몫
시민들 '비이성의 시간' 멈추고 거듭나길 기대

[사진=평택시의회]
"본말전도(本末顚倒), 점입가경(漸入佳境)은 이럴 때 쓰는 말인가요? 시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대의기관( (代議機關) 평택시의회가 여야 의원들 간 당리당략을 내세워 본분을 망각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의장 선출의 적법성을 놓고 평택시의회가 한 달 넘게 파행을 거듭하자 시민들이 내놓은 쓴소리다. 

그러면서 "부끄럽지도 않은가?"라고도 했다. 발단이야 어떻든, 60만 시민을 대신하는 의원들로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생을 팽개치고 감정이 깊어가는 여야 의원 간 기싸움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더욱 그렇다. 파행의 시작은 민선 8기 후반 평택시의회 개원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6월 27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10명, 국민의힘 소속 의원 8명으로 구성된 평택시의회는 소수당인 국민의힘 소속 강정구 의원을 의장으로 선출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강정구 의장의 선출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애초 양당은 사전 대표단 협의에서 민주당 김승겸 의원을 의장으로, 국민의힘 강정구 의원을 부의장으로 추천하기로 협의한 바 있으나,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그러자 여당인 국민의힘 측은 강 의원이 12표를 받아 6표를 받은 김 의원을 제치고 의장으로 선출된 만큼 적법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리고 4명의 이탈표는 민주당 내부의 문제인 만큼 적법성에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속적으로 사전 협의 사항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강 의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기에 이르렀고 지금까지 원 구성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항의 차원에서 민주당 대표 의원이 삭발에 나서기도 했다.

그리고 한 달 넘게 정쟁의 골이 깊어지며 민생과 직결된 추경 심사가 미뤄지고 있다. 급기야 지난 6일 의회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회 정상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의원들이 독립성과 자율성에 기반해 투표로 선출한 강 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대의기구의 본분으로 돌아가자고 밝힌 것이다. 

지금과 같은 평택시의회 여야 간 명분 없는 벼랑 끝 정쟁은 양쪽에 다 상처만 안길 뿐이다. 의회 내 여야 경쟁은 생산적이고 발전적일 때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또 시민의 민생을 앞다퉈 챙기려 선의의 경쟁을 할 때 뽑아준 유권자의 사랑도 받을 수 있다. 시민들의 따끔한 지적을 유념하면서 원 구성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아울러 대승적 차원이면 더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