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방송통신발전기금, 효율성 제고·지역 발전에 초점 맞춰야

2024-08-08 18:00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

방송·통신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방송통신발전기금 제도의 개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케이블TV 사업자(SO) 부담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신규 사업자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 문제의 해결책은 단순히 부과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아닌,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에서 찾아야 한다.
 
SO는 과거 지역 독점 사업권을 가진 대가로 지역채널 운영 등 공적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현재는 경쟁 환경이 조성돼 독점적 지위를 상실했음에도 여전히 이런 공적 책무를 수행하고 있다. 
 
공적 서비스에 대한 대가는 본래 정부나 국민이 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SO가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공적 서비스 제공에 따른 비용 부담뿐 아니라 방송통신발전기금까지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공정한 경쟁 환경을 저해하고 SO의 경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일각에서는 OTT 등 신규 사업자에게도 기금 부과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면 타당하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선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 실제 적용하기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OTT 서비스 특성상 국경을 초월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므로 국내법 적용의 한계와 징수의 실효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OTT에 기존의 방송 중심 규제 체계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혁신을 저해할 우려도 있기에 더욱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방송통신발전기금 제도의 개선 방향은 부과 대상 확대가 아닌, 효율성 제고와 지역 발전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첫째 기금 운용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현재 기금의 일부가 아리랑TV와 언론중재위원회 등 목적과 연관성이 낮은 곳에 사용되고 있다. 이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어긋나며, 기금의 본래 취지를 훼손한다. 따라서 기금 사용처를 엄격히 제한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야 한다.
 
둘째 SO 등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채널 운영 등 공적 책무 수행에 따른 비용을 기금 납부액에서 감면해 주거나, 별도 지원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공적 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급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셋째 기금 제도의 전반적인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기재부에서 권고한 정보통신진흥기금과 통합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행정 비용을 절감하고, 기금 운용의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더불어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운용 방식에 대한 재고도 필요하다. 현재는 주로 방송콘텐츠 제작 지원에 집중돼 있으나, 이를 넘어 SO의 지역성 강화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혁신적 투자로 확대해야 한다. 예를 들어 SO가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미디어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지역 소상공인과 연계한 디지털 마케팅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기금을 활용할 수 있다. 지역 주민의 미디어 리터러시 향상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나, 지역 기반 소셜미디어 플랫폼 개발 등 지역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혁신적 기술 투자에도 기금이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SO는 단순한 방송 사업자를 넘어 지역 발전의 핵심 주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금 운용의 성과 평가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단순히 지원금을 배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원 사업의 효과성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효과적인 사업에는 지원을 확대하고, 그렇지 않은 사업은 축소 또는 폐지하는 등 기금 운용의 효율성을 지속해서 개선해야 할 것이다.
 
방송·통신 환경 변화에 따라 방송통신발전기금 제도도 변화해야 한다. 그러나 변화의 핵심은 부과 대상 확대가 아닌 제도 효율성 제고와 지역 발전 지원에 있다. 공적 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보상, 기금 운용의 투명성 확보, 지역 발전을 위한 혁신적 투자 지원을 통해 방송·통신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도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