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카이스트·SKY 명문대생 '마약 동아리' 적발...무더기 재판행

2024-08-05 14:09
카이스트 대학원생 주도로 '마약 동아리'...회원 300명
마약 판매한 이익으로 호화 파티...명문대생 다수
검찰, 가상화폐 1200만원치 구매 확인...규모 파악 중

5일 서울남부지검에서 이희동 검사가 대학 연합동아리 이용 대학가 마약 유통조직 사건을 설명하고 있다. 2024.8.5 [사진=연합뉴스]
 

수도권 대학가에서 마약 연합 동아리를 조직해 액상 대마 등을 대량 유통·투약한 카이스트 대학원생과 명문대 대학생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남수연 부장검사)는 5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등 혐의로 대학생 연합 동아리 회장 30대 A씨와 20대 회원 등 4명을 구속 기소하고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단순 투약 대학생 8명은 법무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하는 사법-치료-재활 연계 모델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됐다.

카이스트 대학원생인 A씨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13개 대학 연합동아리를 만들어, 회원들과 2022년 12월부터 1년 동안 마약을 구매해 최대 십수 차례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동아리에서 만난 여자친구를 여러 차례 폭행하고 성관계 영상을 촬영해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와 마약 매수·투약 사실을 신고하려던 가상화폐 세탁업자를 허위 고소한 혐의도 있다.

2021년 결성된 연합 동아리는 당초 친목 동아리였으나 A씨가 2022년 11월 마약을 처음 접한 후 동아리 임원진에게 권하면서 확대됐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사회연결망서비스(SNS)에 '동아리에 가입하면 고급 외제차·호텔·뮤직 페스티벌 등을 무료·저가로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마약을 팔아 얻은 이익으로 고급 호텔 등에서 호화 파티를 열었다.

동아리는 단기간에 300명까지 커졌고, A씨는 참여율이 높은 회원들과는 별도로 만나 액상 대마를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회원 중에는 서울대, 고려대 등 명문대 재학생과 의대·약대 재입학 준비생,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한 법학적성시험(LEET) 응시자도 다수 포함됐다.

A씨의 투약에 응한 이들은 MDMA·LSD·케타민·사일로시빈, 필로폰·합성 대마 등 다양한 마약을 접했다. 투약 장소는 놀이공원, 뮤직 페스티벌, 고급 호텔, 제주도, 태국 등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A씨의 범행은 단순 매매·투약으로 그치지 않고 임원진과 마약을 공동 구매한 후 일반 회원들에게 약 두 배 가격으로 되팔면서 이윤을 남기는 수익 사업으로 발전했다.

검찰은 A씨가 지난해에만 1200만원의 가상화폐를 이용해 마약을 구매한 것으로 보고 그의 전자지갑을 동결하고 범죄 수익을 박탈했다. 이외에도 현금, 무통장 입금, 세탁된 코인 거래 등으로 구매한 마약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 넘기거나 기소유예 처분한 14명 이외에 남은 회원들에 대해서도 마약 혐의가 있는지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검찰은 마약 수사 대비 목적으로 A씨 등 9000여 명이 가입한 텔레그램 대화방을 확인해 대검찰청과 함께 범죄집단 조직 및 활동 적용 등도 검토 중이다.

A씨 등은 이 텔레그램 방에서 정보를 얻어 포렌식에 대비하고 모발을 탈·염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앞서 별건의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받던 A씨의 계좌 거래 내용에서 수상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에게 엄중한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대학생들이 맞춤형 재활·치료를 통해 마약중독을 이겨내고 사회에 신속하게 복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