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소문'에 英극우 폭력시위 극성…최소 100명 체포

2024-08-05 07:47
영국 여·야 일제히 '폭력 시위' 규탄...스타머 총리 '시험대'

4일(현지시간) 영국 남서쪽 해안 웨이머스에서 마스크를 쓰고 이민자들을 대상을 위협하는 시위자가 체포돼 연행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지난주 영국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 범인이 '무슬림 망명 신청자'라는 근거 없는 정보로 시작된 극우 폭력 시위에 영국이 떠들썩해지고 있다. 출범 한 달을 맞은 노동당 정부는 '불법 폭력 시위'라며 강경 대응 의지를 밝힌 가운데 주말 사이에만 시위 관련자 100여명이 체포됐다고 4일(현지시간) BBC방송 등 현지 매체는 보도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이번 시위는 잉글랜드와 북아일랜드 주요 도시에서 벌어졌다. 3일 기준 체포 인원이 147명인 가운데 그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4일 난민 수용시설로 알려진 잉글랜드 로더햄에 위치한 호텔은 난입한 시위 참가자들에 의해 호텔 건물 창문이 깨지고 불이 났다. 

앞서 지난 2일 밤부터 런던을 비롯해 리버풀·사우스포트·브리스틀 등에서 시위가 격화하면서 일부 참가자는 경찰에게 벽돌, 의자, 유리병을 던지거나 이슬람 사원을 공격했다. 이에 경찰서, 도서관 등 공공시설이 방화로 불에 타거나 훼손됐다. 

이번 사태는 약 13년 만에 영국에서 발생한 역대 최악의 폭력시위이자, 키어 스타머 총리의 노동당 정부가 출범한 지 약 한 달 만에 맞닥뜨린 돌발 위기로 나타났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로더험의 호텔 공격을 언급하면서 "이건 시위가 아니라 조직적이고 난폭한 폭력행위"라고 직격했다. 그는 "이번 소요 사태에 직접 가담했거나 온라인상에서 (폭력을) 조장한 뒤 내뺀 모든 사람은 후회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전날 밤에는 긴급 내각 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베트 쿠퍼 내무장관과 보수당 리시 수낵 전 총리 등 여야 정계인사 모두 일제히 '강경 진압'과 '차별적 시위'에 대해 규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영국 여행 자제도 촉구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영국에 거주하거나 영국을 여행하는 말레이시아인들은 시위 지역에 접근하지 말라"며 "경계를 늦추지 말고 지역 당국에서 제공하는 최신 정보와 지침을 따르라"고 권고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29일 리버풀 인근 사우스포트의 어린이 댄스 교실에 침입한 범인이 흉기를 휘둘러 어린이 3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친 사건으로 촉발했다. 

사건 직후 신상이 밝혀지지 않은 17세 피의자가 '무슬림 망명 신청자'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SNS에 퍼지면서 사우스포트와 런던 등지에서 반이슬람, 반이민을 주장하는 극우파의 폭력 시위가 번졌다.

피의자가 웨일스 카디프 태생의 17세 남성 액설 루다쿠바나라는 인물이라고 발표된 이후에도 폭력 시위 참가자들은 이민자를 위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