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먼데이의 공포] 美 경기침체 우려에 9월 '빅컷' 목소리…금리인하 시계 빨라진다

2024-08-05 05:00
이젠 금리 인하 시점→속도에 관심 집중
美 7월 고용시장 예상치 크게 밑돌아
월가 9월 50bp 금리 인하 전망 높아져
한은 10월 금리 인하 기대도 커졌지만
수도권 집값 급등, 피벗 걸림돌로 작용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AP 연합뉴스]
미국발(發) 경기 침체 공포가 확산하면서 한·미 기준금리 인하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고용 상황 악화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고 경기 연착륙을 위해선 한번에 50bp(1bp=0.01%포인트)를 내리는 '빅컷'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한국은행 역시 연준의 금리 인하에 발맞춰 10월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더 커졌다.

이제 시장은 금리를 내리는 시점보다는 속도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번주 미국 내 불황의 정도를 가늠할 경제 지표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를 살피며 금리 인하 폭에 집중할 전망이다. 

4일 월가에 따르면 주요 투자은행은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치를 수정하고 나섰다. 씨티는 연준이 9월, 11월에 각각 50bp씩 두 번 인하하고 12월 25bp 인하해야 한다고 밝혔다. JP모건은 올해 금리 전망을 9월 50bp, 11월 50bp 12월 25bp로 예상했다. 내년에도 정책금리가 더는 성장을 제한하지 않는 중립적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모든 회의에서 25bp씩 인하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고용이 예상보다 빠르게 얼어붙자 연준이 금리 인하 적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쇄도했다. 미국 경제가 안정적으로 순항하는 '골디락스' 기대는 사라졌고 그 자리에 경기 침체 우려가 자리했기 때문이다. 미국 7월 비농업 취업자 수는 11만4000명 증가에 그친 가운데 예상치(18만5000명 증가, 다우존스 기준)를 크게 밑돌며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7월 실업률도 4.3%로 예상치(4.1%)를 상회하며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시장의 압박에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더 올릴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는다. 금리를 결정하는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8·10월에 열리지 않는다는 점도 9월 금리 인하 목소리를 키우는 배경으로 꼽힌다. 전규연 하나증권 채권 이코노미스트는 "8월에도 실업률이 상승하고 해고가 늘어나게 된다면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는 예상보다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정책 전환을 위한 깜빡이를 켠 한은 역시 금리 인하를 향해 성큼 다가섰다. 그동안 피벗을 가로막았던 원·달러 환율 변동성까지 잡히면서 10월 금리 인하가 거의 확실시되는 모양새다. 원·달러 환율은 FOMC 이후 9월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고조되면서 약 두 달 만에 1360원대로 내려왔다. 

다만 가계부채 급증과 전월 대비 0.2%포인트 오른 소비자물가는 여전한 걸림돌이다. 금리를 낮출 경우 가뜩이나 오른 집값을 자극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중동 정세 악화, 기상 여건, 환율 추이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해 이달 경제 전망을 발표할 때 물가 여건을 면밀히 점검한 뒤 분기 전망 경로를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은 이번주 미국발 경기 불황을 가늠할 경제 지표에 집중하며 인하 폭이 25bp냐 50bp냐를 두고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주원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서비스업 글로벌 구매자관리지수(PMI)가 발표될 예정이며 연준 위원들의 연설도 재개된다"며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개시가 가시화한 가운데 경기에 대한 우려가 유입된 만큼 이젠 금리 인하 폭에 대한 전망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