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금법 개정해도 허점 여전…"이 법으론 '제2의 티메프' 못 막는다"

2024-08-04 18:00
PG사의 전자금융업 진입장벽 느슨…강제조치 근거 없어
스타벅스·게임머니도 규제 사각지대…"법안·감독 제각각"

서울 강남에 있는 티몬 본사.[사진=연합뉴스]

오는 9월 15일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제2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를 막기에는 여전히 규제가 미비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티몬·위메프와 같이 금융거래와 상거래가 결합된 이커머스 업체의 일부 사업이 전금법 대상에 포함되지 않거나, 감독 기관이 중첩돼 규제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허가 없이 등록만 하면 PG 사업자…당국 감독 권한만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금법 개정안에는 전자식으로 변환된 지류식 상품권을 선불전자지급수단에 포함하고, 선불업자가 선불충전금의 50%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을 은행 등에 신탁·예치해 별도 관리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토스 등 간편결제사 3사가 전금법 개정안에서 규정한 선불전자금융업자에 포함된다.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금액은 일평균 1조원 수준인데 이 중 절반가량은 이들 3사의 결제분이다.

문제는 이들을 제외한 PG(전자결제대행)사의 전자금융업 진입장벽 자체가 너무 느슨하다는 데 있다. 은행, 카드사 등의 금융회사는 금융위원회의 인허가 절차를 받아 선별되지만, PG업을 하려면 금융위원회에 등록만 하면 된다. 이런 '등록' 전자금융업자는 금융감독원이 강제적 조치를 할 법적 근거가 없다. 경영개선협약(MOU) 체결을 통해 관리하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해킹 방지, 소비자 정보 보호 등에 대한 감독 권한만 갖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가 대표적인 전자상거래 기업이자 PG사다.

서지용 상명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실 우려가 있는 PG사가 지급결제시장에 들어오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며 "등록제를 조건부 등록이나 인허가 과정에 준하는 절차로 정비해 영업 규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티메프 사태는 예견된 사고라는 의견도 있다. 전자상거래법, 전금법, 여신전문금융법으로 규제 법안이 나뉘어 있고,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금감원 등 담당부처도 달라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혜미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기술 발달,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업권별 규율 체계로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 서비스 규제가 불가능해졌다"며 "기능 중심의 규제로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스타벅스에만 충전금 3000억 쌓여있는데…소비자피해 구제는 어디에

전금법 개정안에는 상품권 발행 업체만 선불충전금 예치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는 허점도 있다. 이렇게 되면 티몬·위메프 등과 같이 상품권을 위탁·판매하는 업체는 개정 전금법 규제에서 벗어난다. 타사가 발행한 상품권을 할인 판매해 자금 조달의 창구로 악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유통업체가 자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임의로 선불충전금을 쓰더라도 전금법만으로는 규제할 수 없다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국내 매장수가 2000개에 육박하는 스타벅스도 전금법 대상업자가 아니다. 모든 매장을 직영점으로 운영하고 포인트 사용처가 직영점으로 제한된 곳은 전금법상 선불업자 등록이 면제된다. 스타벅스의 선불충전금 규모는 3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의 선불충전금인 게임머니도 규제 사각지대로 꼽힌다. 게임머니는 게임 내에서 통용되는 화폐로, 유료 아이템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쓰인다. 개정법은 발행잔액 30억원·연간 총 발행액 500억원이 넘는 기업에 한해 선불충전금을 별도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넥슨·스마일게이트 등 일부 대형 게임사만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온라인·모바일로 결제하는 간편결제 시장의 성장으로 선불충전금 시장 규모가 덩달아 커지고 있지만 관련 규제는 제각각"이라며 "티몬·위메프처럼 비금융회사가 사실상 금융업을 하고 있는데도 전금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회사가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면 소비자피해 구제는 쉽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