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벗' 기대감 안 먹히네…AI주 냉·온탕에 코스피 박스권 전망

2024-08-02 06:00
미 금리인하 시사에 뉴욕증시 강세
엔비디아 급등락에 국내 증시 영향
AI 회의론 커지며 기술주 반등 못해
전고가 2700~2800 순환매장 예상

 
1일 코스피가 이틀째 상승하면서 전 거래일 대비 6.99포인트(0.25%) 오른 2777.68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지수 종가와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뉴욕 증시가 반등하자 코스피도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변동성을 소화하면서 전 고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기초체력(펀더멘털) 둔화로 추가 상승이 어렵다는 엇갈린 분석도 나오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25% 오른 2777.68로 마감했다. 코스닥은 1.29% 상승한 813.53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장중 2794까지 올랐지만 오후 들어 상승 폭을 줄이며 강보합에 그쳤다. 코스닥은 그동안 컸던 낙폭을 되돌리는 모습이었다.

코스피는 지난달부터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면서 좀처럼 2800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 정책 방향을 바꾸는 '피벗'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내 증시 방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3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경제 상황이 여건을 충족하면 이르면 오는 9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 이후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모두 강세로 마감했다.

특히 국내 증시 영향력이 커진 엔비디아는 전날에는 7% 넘게 하락한 뒤 이튿날인 지난달 31에는 12.8% 급등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가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조정은 과도하다며 '최선호주' 리스트에 추가했기 때문이다. 

이런 분석은 국내 증시 시가총액 1·2위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기술주 훈풍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날 장 초반 2% 넘게 상승 출발했지만 장중 하락 전환해 결국 각각 0.95%, 0.67% 내렸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아시아·태평양과 신흥국 추천 종목에서 SK하이닉스를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며칠 차이로 AI 회의론과 기대감이 엇갈리며 투자자들의 혼란만 키우고 있다.

키움증권은 9월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등 대외 요건이 우호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7월 급락 과정에서 매크로, 실적 측면에서 상방 요인이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다"며 "금리 인하 전망, 수출 개선세 확보, 밸류에이션 진입 매력 등을 감안하면  8월 중 전 고점 돌파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16개월 연속 확장 국면에 진입했던 국내 경기 사이클이 이달 들어 첫 수축 전환돼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경기는 둔화되지만 증시는 버티는 '디커플링' 때문이다.

김경훈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경기 기초체력의 점진적 둔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국내 증시는 지난 3월부터 현 수준이 고점이라는 판단을 유지한다"며 "코스피 상방은 이런 기초체력 부재로 오버슈팅 국면인 2800에서 제한적인 반면 하방은 미국 증시의 우호적인 흐름 속에 2700에서 지지하는 순환매장을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