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로또 보다 간절해진 '내 집 마련'

2024-08-02 06:01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1가구' 모집에 300여만명
'진입장벽' 높은 수도권 청약에 '로또' 수식어 어색

지난달 29일 '로또'라는 수식어가 붙은 세 곳의 청약으로 '청약홈' 홈페이지에 최소 200만명 넘는 동시 접속자가 몰려 먹통이 됐다. 선착순 모집도 아닌데 오전 9시 청약이 시작되자마자 홈페이지에 사람이 몰리고 수도권 청약 경쟁률이 기본 100대 1을 넘어가는 모습을 보면 한국 사회에서 청약은 로또보다 더 간절해진 것 같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청약을 로또에 비유하는 건 어색하다. 청약엔 로또에 없는 진입장벽이 있다. 특히 서울이라면 장벽의 높이는 끝도 없이 높아진다.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까지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이 필요하다.

'20억 로또'라는 수식어가 붙은 래미안원펜타스는 계약금만 최소 3억3794만원이다. 후분양 단지여서 자금 조달 일정이 빠듯해 현금으로 10억원은 있어야 안전하다. 10억원이 있는 사람이 20억원을 버는 셈인데, 이게 과연 로또일까? 

2030세대의 현실까지 생각한다면 로또와 더 거리가 멀어진다. 막 사회에 발을 들인 청년에게 10억원이 있어야 서울에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로또처럼 여겨지는 현실은 가혹하다. 

'여건에 맞게 청약을 넣으면 된다'고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말이 성립되려면 첫째, 치솟는 아파트 값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안전장치가 늘어야 한다. 매주 서울 아파트값이 0.28%(7월 셋째 주), 0.30%(7월 넷째 주)씩 오른다. 안일하게 살다간 집 한 채도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는 청년들의 불안감은 단순 '포모(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 두려움을 느끼는 현상)'에서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 

둘째, '주거 사다리' 비(非)아파트 시장이 살아나야 한다. 1~2인 가구 비중이 높은 청년층 주거 수요를 충족하던 비아파트 공급 물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선 아파트에 대한 인기가 커질 수밖에 없다. 

초유의 청약 기간 연장 사태를 불러온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 1가구 접수엔 294만4780명이 신청했다고 한다. 내 집 마련이 로또가 아닌 시대가 오길 바란다.

 
[김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