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스앤미디어, 자사주·IR 활동에도 주가 급락…"실적 발목 잡아"

2024-07-31 14:56

칩스앤미디어 CI [사진=칩스앤미디어 제공]
미·중 반도체 규제 수혜주로 주목 받았던 칩스앤미디어가 2분기 실적이 악화하며 주가가 급락했다. 자사주 매입 등 연이은 주가 부양책을 내 놓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라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칩스앤미디어 주가는 이달 초 2만1000원대에서 1만7000원대까지 흘러내렸다. 올해 고점(3만7900원) 대비로는 54.56% 넘게 빠졌다.
 
칩스앤미디어는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잇따라 대책을 내놓고 있다. 회사는 지난 30일 기관 투자자 대상 IR 설명회를 개최하고 자사주 30억원 어치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다만 이날부터 주가가 10% 넘게 빠지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날 발표된 회사의 2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칩스앤미디어의 2분기 매출액은 60억5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억2900만원으로 같은 기간 66% 넘게 줄었다.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인 12억원과 비교해 반토막 났다. 칩스앤미디어 측은 경기 둔화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하이엔드급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칩스앤미디어가 반도체 IP 분야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인공지능(AI) 및 자율주행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자율주행용 시스템온칩(SoC) 등 하이엔드급 IP 회사들이 투자를 적극적으로 끌어내고 있다. 반면 칩스앤미디어의 주요사업영역은 멀티미디어 반도체 칩 중 영상처리를 담당하는 비디오 IP 분야로 비디오 코덱, 컴퓨터 비전, 이미지 프로세싱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시장에서는 미들엔드급 IP 회사로 분류되고 있다는 것이다.
 
칩스앤미디어가 미·중 반도체 규제 관련 반사이익 수혜주로 부각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미국과 중국 반도체 패권경쟁으로 미국 팹리스 기억들은 칩스앤미디어의 경쟁사인 중국의 베리실리콘의 IP 사용을 꺼려해 칩스앤미디어가 반사이익을 얻었다.

하지만 지난 5월부터 중국이 3440억 위안(약 64조6720억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기금을 추가로 조성해 중국 내 반도체 업체를 지원하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 정책을 강화하면서 베리실리콘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칩스앤미디어도 하반기 중국업체와 합작법인(JV)를 설립해 중국 시장에서 매출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김상현 대표이사는 "중국 JV 설립으로 향후 중국 매출을 안정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것"이라며 "이외에도 글로벌 고객인 Q사, T사향 프로젝트도 하반기에 예정되어 있다"고 밝은 전망을 제시했다.
 
증권가에서는 냉혹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날 칩스앤미디어 기업설명회에 다녀온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반도체 규제를 강화해 칩스앤미디어가 반사 수혜주로 거론됐는데 앞으로의 수혜는 경쟁사인 베리실리콘이 다 가져가는 느낌"이라며 "칩스앤미디어가 내년에 출시되는 구글 픽셀폰에 영상처리 관련 IP를 공급한다는 이슈 외에는 기대할만한 투자요소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