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가자 전쟁' 개입 시사

2024-07-29 21:32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고 있는 팔레스타인 지원을 명분으로 가자지구 전쟁 개입을 시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집권 정의개발당(AKP) 회의 연설에서 "오늘 가자를 완전히 파괴한 이들이 내일 아나톨리아(튀르키예 지역)로 눈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이런 터무니없는 짓을 하지 못하게 하려면 우리가 매우 강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우리는 카라바흐에 진입했던 것처럼, 리비아에 진입했던 것처럼, 그들에게 비슷하게 할 수 있다"며 "그렇게 못할 이유가 없다"고 엄포를 놨다.

지난 몇년 간 튀르키예는 중동 지역 등 지정학적 갈등에 연이에 개입한 바 있다. 2020년 튀르키예가 유엔이 인정하는 리비아 서부 수도 트리폴리의 리비아통합정부(GNU)를 지원한다며 파병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같은 해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영토를 놓고 아르메니아와 분쟁을 벌인 동맹국 아제르바이잔을 지원하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튀르키예군이 팔레스타인 지원을 명분으로 가자지구 전쟁에 관여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반발했다. 이스라엘 카츠 외무장관은 이날 "에르도안이 사담 후세인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을 침공하겠다고 위협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사담 후세인이 2003년 미군에 체포됐을 당시 모습을 붙인 사진을 게시하며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났고 어떤 말로를 맞았는지를 에르도안에게 상기시켜 주자"고 날을 세웠다.

이라크의 전 대통령이자 독재자인 사담 후세인은 지난 1991년 걸프전 도중 이스라엘을 전쟁에 끌어들이기 위해 텔아비브에 스커드미사일 수십발을 쏜 적이 있다. 그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 체포됐고 이후 이라크 전범 재판에 회부돼 2006년 12월 사형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