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2024] 임시현만 있나요? '韓 여자 양궁' 살린 '맏언니' 전훈영의 '위기 극복기'

2024-07-29 01:53

(왼쪽부터) 전훈영, 임시현, 남수현 [사진=연합뉴스]


'맏언니'는 위기에 강했다.

임시현(21), 남수현(19), 전훈영(30)으로 이뤄진 이번 대표팀은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래쟁발리드 양궁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상대로 슛 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두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시작으로 무려 10연패의 대업을 달성했다. 선수는 바뀌어도, 우승국은 바뀌지 않는 그야말로 '한국 여자 양궁의 저력'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결승전 최고의 스타는 전훈영이었다. 에이스 임시현보다도 더 빛나는 활약을 했다.  전훈영은 1번 사수를 맡았다. 가장 떨리는 결승전에서 그는 9발 중 6발을 10점에 꽂아넣었다. 특히 슛 오프에서 나온 10점은 중국의 기세를 죽이기에 충분했다. 이뿐 아니라 9점 2개, 8점 1개를 기록하며 총점 86점(10,10,10,9,8,9,10,10,10)을 쐈다.

이 점수는 2번 사수였던 남수현의 78점(8,10,9,8,9,8,8,9,9), 에이스 임시현의 80점(9,9,10,9,8,9,8,8,10)보다 월등히 높은 점수였다.

사실 전훈영은 이번 올림픽에서 다소 흔들렸다. 단체전은 세 선수의 개인전 랭킹라운드 순위를 합쳐 시드를 정한다. 당시 1위 임시현, 2위 남수현에 비해 전훈영은 13위로 주춤했다. 단체전 첫 경기였던 8강전에서도 8발을 쏴 67점(8,8,8,7,8,9,10,9)에 그쳤다. 

4강전에서 전훈영은 앞선 모습과는 달랐다. 총점 84점(9,9,10,8,10,9,10,10,9)으로 팀의 결승 진출에 일조했다.

이러한 흐름은 결승전에서도 이어졌다. 더욱이 전훈영은 자칫하면 패배할 수 있는 두 번의 슛 오프 속 4강전과 결승전에서 각각 9점과 10점을 쏘며 상대방의 기를 죽였다. 이를 통해 대표팀은 그토록 바라던 금메달을 차지했다. 양궁 역사에 길이 남을 전무후무한 '10연패'를 달성한 대표팀은 이제 개인전 메달 사냥에 나선다. 전훈영이 단체전을 이끈 저력을 바탕으로 개인전에서도 또 다시 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한편 전훈영은 이번 올림픽 당시 무명에 가까웠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메이저 대회에 출전한 경험이 없었기에 부정적 시선도 잇따랐다. 하지만 대한민국 양궁은 공정한 경쟁을 거쳐 대표팀이 꾸려진다. 오랜 역경을 이겨낸 전훈영은 첫 출전한 메이저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최고의 수확을 거두며 자신의 양궁 인생 업적을 추가했다.

경기 후 전훈영은 "(금메달이) 결정되는 순간 눈물이 먼저 나왔다. 그동안 힘들었던 게 생각이 났다. 너무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