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러 외무장관에 북·러 협력 규탄…"역내 안전 위협"

2024-07-28 11:41
EAS 회의 종료 뒤 약식 회동…라브로프 장관과 취임 후 처음 대화
ARF서도 북·러 협력 비판…北에선 최선희 대신 리영철 대사 참석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7일(현지시간) 오후 라오스 비엔티안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관련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과 러시아가 전례 없는 밀착을 보이며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직접 북·러 군사 협력에 대해 규탄했다. 

28일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27일(현지시간)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회의가 종료된 뒤 라브로프 장관과 따로 약식회동을 하고, 최근 북·러 군사 협력 강화 등에 대한 한국의 엄중한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라브로프 장관은 북한과 협력하는 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지 않았으며, 최근 체결한 북한과의 조약도 방어적인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한·러 간) 소통도 없고 아무것도 없이 상황을 관리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상황 관리 측면에서 러시아 측과 컨택 포인트도 마련하는 게 회담의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이 라브로프 장관과 대화한 것은 올해 초 취임 이후 처음이다. 

앞서 조 장관은 EAS 외교장관회의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북러 군사 협력 등을 통해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고, 한반도·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비핵화만이 북한의 유일한 선택지라는 단호하고 단합된 메시지를 EAS 회원국들이 분명하게 발신해야 한다"며 북한의 핵 개발 자금원 차단을 위한 국제 사회 노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조 장관은 이어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도 북·러 협력에 대한 비판을 이어나갔다. ARF는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은 물론 북한도 참여하는 역내 장관급 다자안보협의체다. 이번 회의에는 북측 대표로 최선희 외무상 대신 리영철 주라오스 북한대사가 대표로 참석했다.

회의에 참석한 정부 고위 당국자는 리 대사가 이 자리에서 미국을 처음부터 끝까지 강하게 비판하는 내용을 언급했으며, 라브로프 장관도 마찬가지였다고 전했다.

특히 북·러가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적으로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인다고 비판하자 조 장관은 "북한의 핵 도발을 억지하기 위한 한·미 간의 확장 억제 강화 노력"이라며 "정당하지 않은 비판"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