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 밑천 드러나나...나스닥, 하룻밤새 시총 1조 달러 '증발'
2024-07-25 16:22
"2년여 만에 나스닥 최악의 날"...테슬라 12% 급락
"AI 거액 투자, 수익화 시점 불확실"..."조정 계속"
빅테크 '2분기 실적'이 관건..."여전히 매력적" 낙관론도
"AI 거액 투자, 수익화 시점 불확실"..."조정 계속"
빅테크 '2분기 실적'이 관건..."여전히 매력적" 낙관론도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나스닥지수가 3% 이상 폭락해 하루 만에 시가총액 1조 달러(1385조원)가량이 증발했다. AI 투자가 실제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거나, 발생할 때 시차가 커질 거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날 대형 정보기술업체(빅테크) 주가들은 '쓴맛'을 봤다. AI 컴퓨팅 하드웨어 업체 슈퍼마이크컴퓨터가 9% 이상 하락한 것을 비롯, 엔비디아는 6.8%, 브로드컴 7.6% 폭락한 채 장을 마쳤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도 3~5%대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실적 부진과 함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자율주행 택시 '로보택시'의 출시일을 또 미루면서 12% 이상 폭락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2022년 10월 이후 나스닥지수 최악의 날"이라며 AI 부문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 그룹 주식 리서치 책임자 짐 코벨로는 AI에 대한 희망이 과장돼 대규모언어모델을 실행하고 훈련하는 컴퓨팅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비용에 의문을 제기했다.
증권거래업체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호세 토레스는 24일 미 증시 폭락을 두고 빅테크의 실적이 실망스럽고, AI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 탓에 안전 자산에 매수세가 몰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마켓워치에 이날 매도세에도 불구하고 "주식 조정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하락이 AI 열풍의 붕괴까지 가는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맵시그널 최고투자전략가 알렉 영은 "현재 가장 큰 우려는 모든 AI 인프라 지출에 대한 투자수익률(ROI)이 어느 수준에 있냐는 것"이라며 "엄청난 양의 투자금이 지출되고 있으나 몇 년 안에 성과가 나타날지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시장 투자자들도 이것이 '단기적 조정'이라고 여긴다고 판단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올스프링글로벌 인베스트먼츠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네빌 하베리는 "단기적으로 AI 피로감이 약간 있을 수 있다"며 "빅테크가 AI에 투자한 일부 금액이 투자자가 생각한 기간 내 수익을 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전에도 기술주는 실제 실적보다 주가가 많이 뛴 영역일 경우가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기술주 주가는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주 전 S&P500지수의 정보기술(IT)업종 주가수익비율(PER) 추정치는 2002년 이후 최고치인 21배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기술주 강세를 주도한 엔비디아 주가는 향후 12개월간 PER이 36배이고, 애플과 MS 모두 30배 이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빅테크 기업의 실적이 부진할 때 시장에 큰 위협이 된다는 의미다.
게다가 최근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빅테크 기업의 실적이 실망스러울 거란 전망도 상황을 암울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검색과 클라우드 부문 성장에 힘입어 매출과 주당순이익 모두 시장 예상치를 넘어섰다. 다만 핵심 사업 부문인 유튜브 광고 수익이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 이에 30일 MS, 그 뒤를 이어 메타, 애플, 아마존, 엔비디아 등의 실적 발표에 귀추가 주목된다.
물론 빅테크 및 AI 관련주들을 둘러싼 낙관론도 남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스테이트 스트릿 거시자산전략가 케일라 세더는 "우리는 여전히 대형주, 우량주, 성장주에 대한 기존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며 "기술주들의 실적에 대한 두려움이 있더라도 그들은 실적 성장과 펀더멘털 측면에서 더 매력적인 선택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