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도심에 제대로 된 혁신지구를 만들어보자
2024-07-26 05:00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도심에 신산업 혁신지구(Innovation District)가 늘고 있다. 혁신지구는 신산업 관련한 연구개발(R&D), 기업,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등이 밀집한 혁신 생태계로 해당 지구의 통합 전략과 솔루션을 운영하는 곳이다. 1990년대 이후 실리콘밸리 모델을 따라 실리콘 앨리(뉴욕), 시포트(보스턴), 쇼디치(런던), 실리콘 상티에(파리), 바르셀로나와 같은 대표적인 혁신지구가 도심 지역에 생겨났다. 도심은 대중교통, 편의시설, 복합용도 등의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혁신지구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연구산업진흥단지, 첨단산업단지, 도시재생혁신지구 등이 있다. 연구산업진흥단지는 대전과 부산지역 도심인 유성구와 해운대구에 디지털융합 연구개발서비스 특화단지가 자리한다. 하지만 첨단산업단지는 대개 교외지역에 위치하고, 도시재생혁신지구도 의도적 신산업 육성 개념보다는 도시재생 성격이 강하다. 산업단지에 들어선 지식산업센터들 역시 부동산 개발사업 성격이 짙다.
혁신지구를 둔 해외 주요 도시 사례는 어떨까. ULI에 따르면 우선 나홀로 고립된 연구 단지보다는 생활-학습-일이 어우러지는 혁신지구가 대세다. 종전의 정부, 대학, 산업계 등 개별적으로 주도하던 혁신지구 시대를 지나, 지금은 정책, 자금, 장소 조성, 교육, 연구 분야 등의 협력을 중시한다. 여기에는 인재 유치와 육성, 스타트업, 경제적 기회, 건강과 기후 형평성 등 노력도 포함된다.
혁신지구는 프로그램을 통해 미션을 추진한다. 미션은 엄선되고 집중된 상호 교류 공간에서 연결성을 창출한다. 미국 윈스턴세일럼의 쿼터 혁신지구는 미션을 재생 의학에 집중하고, 샬럿의 더펄 지구는 공평한 건강에 초점을 둔다.
혁신지구가 성공하려면 지속가능한 공평성을 반영한 계획, 자금과 거버넌스 지원, 유지 관리 규약과 운영 모델이 필요하다. 여기에 통제와 협업의 균형, 효과적 모델 설계, 민간 부문의 강력한 리더십 등도 필수다. 실패하는 혁신지구는 대개 지나친 관료주의가 원인이다. 대학 주도의 혁신지구도 마찬가지다. 세인트루이스의 커텍스 혁신지구는 연방·주·시 정부의 보조금과 조세담보부채권(TIF)을 활용하고 있다. 활용조건에는 공평성을 위해 소수민족과 여성 채용 비율과 교육이 포함돼 있다.
혁신지구는 팬데믹 이후 도시 회복을 선도하는 역할도 한다. 맥킨지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사무실 출근율은 평균 30% 감소했다. 해외 주요 도시의 오피스 수요는 평균 13%, 소매시설은 9%가 감소했다. 이에 혁신지구는 단순히 사무실 출근 이상의 의미가 필요하다. 디트로이트의 포드 모빌리티 혁신지구는 도시와 융합하는 공공-민간 모델 사례가 되고 있다. 여기서 기후 행동 인프라와 활기 넘치는 오픈 공간이 큰 역할을 한다.
혁신지구는 형평성에 기반한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일자리와 벤처기업 창출, 인재개발, 학생 체험, 응용 연구 등을 고취하는 부동산 확보와 프로그램에 집중한다. 뉴욕시는 생명과학 R&D를 위한 장기 인프라 전략을 수립해, 관련 기업 유치와 지원을 위한 부동산을 확보하고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뉴욕 브루클린 네비야드 혁신지구는 흑인, 원주민, 유색인종 등의 스타트업과 기업을 지원하는 '에쿼티 인큐베이터'를 운영하면서 이들의 역량을 키우고 있다.
예를 들면 아틀라스(Atlas) 혁신지구의 경우 혁신 일자리 1개가 창출될 때마다 추가 일자리가 4개나 창출된다. 성공하는 혁신지구는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도 이어진다. 우리의 도심 혁신지구는 개념도 미흡하고 아직도 부동산 사업 차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인재들이 좋아하는 도심에서 구체적 신산업 정체성을 갖고 의도적 혁신단지를 만들어야 글로벌 경쟁력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