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승연의 타임캡슐] 대한민국 최고의 절세 전략은? 이혼과 이민

2024-07-26 09:19

[황승연 경희대 사회학과 명예 교수]


이혼으로 상속세를 줄일 수 있다.
 
대한민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60%이다. 그런데 이혼을 하면 상속세를 크게 절약할 수 있다. 이 사실은 SK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을 통해 알게 되었다. 소송과정에서 최 회장의 재산이 약 4조115억원으로 밝혀졌는데 법원은 분할비율 65% 대 35%로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런데 이 판결이 확정된다 해도 세금은 없다. 즉 이혼으로 재산분할하는 것에는 세금을 매길 수 없다는 뜻이다. 합의이혼 시 재산분할의 정도는 재산형성 과정에서 큰 기여를 했다고 인정하며 그야말로 합의하면 된다. 만약 재산의 대부분을 분할해주는 것으로 합의하고 이혼을 하면 상속 시 상속세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따라서 고액 자산가들은 위장 이혼의 유혹을 받게 될 것이고, 상속세를 많이 걷어야 하는 국세청은 이들의 이혼이 상속세를 절감하기 위한 위장이혼이 아닌지 조사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낄 것이다. 향후 국세청 직원들은 이혼한 고액자산가들의 이혼문제에 큰 관심을 갖게 될 것이고 그들이 과연 실제로 이혼했는지 가택수색 등을 통해서 수시로 확인을 하게 될 것이다. 한 건이라도 밝혀내면 액수가 커서 그들은 확실한 승진 대상이 될 수 있다. 그 기대에 위장이혼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래저래 고액자산가는 점차 기업가 정신을 잃고 위장이혼이라도 해서라도 세금 방어에 몰두하게 될 것이고 그 후에는 부부생활을 몰래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사업을 잘하는 것보다 적절한 시기에 이혼을 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영주권을 받기 위해 돈을 받고 ‘위장결혼’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한다. 이들이 실제로 함께 사는지 확인하려고 국토안보부에서 가택수색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와 유사하게 이제 대한민국에서도 ‘위장이혼’을 확인하기 위해 이혼하고도 함께 사는지를 확인하려고 가택수색을 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얘기이다.
 
2023년부터 지난 6월 말까지 18개월 동안 대기업 집단 오너 일가의 주식 처분 현황을 보면 삼성가의 세 모녀가 3조3157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도했다.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판 것이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재산 20조를 남기고 가족들은 상속세 12조원을 5년 동안 6회에 걸쳐 매번 2조원씩 나누어 납부하고 있다. 만약 이 회장이 부인 홍라희 여사와 미리 이혼을 했었다면 그리고 이혼하면서 재산의 절반인 10조원을 분할해 주었다면 상속세도 절반인 6조원만 납부해도 되었을 것이다. 혹은 재산의 거의 전부를 떼어주고 이혼을 했다면 상속세를 전혀 내지 않았을 수 있었다. 이 경우 부인의 기여가 미미했다는 것을 밝히려는 국세청과 치열한 법정 투쟁이 있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 국가들에서는 부부간에 상속세는 없다. 혹은 공제액이 많다. 배우자 사망 후 재산의 절반 이상을 국가가 상속을 받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이혼으로 종부세를 줄일 수 있다.
 
이혼을 부르는 또 다른 세금 제도가 있다. 종합부동산세이다. 최근에 종합부동산세가 중복과세이고 재산권을 침해하는 제도라고 위헌소송을 낸 원고가 패소했다. 법원은 종부세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일환으로 부동산 가격 안정을 도모하고 있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종부세의 합법성을 확인한 것이다. 국세청은 1가구 2주택일 경우 종합부동산세를 매기기도 하는데 지금은 다소 낮아졌지만 문재인 정부 때는 특정 지역에 사는 다주택자들이나 고가주택 거주자들은 세금 때문에 피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빈번했다. 종부세를 내느라 수입보다 훨씬 큰 세금을 내야 하니 빚을 지거나 갖고 있는 부동산을 팔아야 하는 경우가 생겼다. 세금은 이익이 생긴 부분에 대해 그 일부를 내는 것이어야 하는데 세금이 재산가치를 감소시키는 결과로 나타나면 그것을 재산권 침해라 한다. 위헌소송을 낸 사람들은 종부세가 헌법이 보장한 재산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특히 집 이외에는 다른 재산이 별로 없는 노인 세대들에게 종부세는 그야말로 세금 폭탄이었다. 어떤 은퇴자가 평생 모은 돈과 은퇴하면서 받은 퇴직금으로 주택 한 채를 별도로 구입하여 월세를 받아 살고 있는데 갑자기 월세로는 도저히 감당 못할 그런 세금이 나오니 이런 사정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위헌소송을 했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법원은 재산권 침해가 아니라고 보았다. 이 사람들에게도 방법은 있었다. 합의 이혼을 하고 부부가 각 한 채씩 이혼 재산분할로 나눠 가졌다면 세금은 없었을 것이다. 이 경우 또한 이혼으로 큰 경제적인 이득을 보게 되는 경우이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이 있다. 국가가 정책을 세우면 국민은 대책을 세운다는 말도 있다. 그 대책이 대한민국에서는 이혼이다.
 
세금을 줄이는 또 다른 방법은 이민이다.
 
영국의 한 투자이민 컨설팅 회사는 최근에 보고서를 내고 고액순자산보유자의 국가별 유입·유출 전망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대한민국의 고액순자산보유자 순유출은 중국, 영국, 인도에 이어 4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미국, 호주, 캐나다 등으로 분석했다. 미국은 부부간에 증여세가 없어서 상속 시 세금이 전혀 없고, 자녀에게 증여해도 부부 각 1280만 달러까지 공제해주니 177억원을 공제해준다. 부부가 따로 증여할 경우 354억원까지 세금을 내지 않고 증여받을 수 있다. 즉 상속세도 이만큼 공제된다는 뜻이다. 만약에 재산이 기업일 경우 대부분 세금을 내지 않는다. 호주와 캐나다도 상속세가 없다. 대신 자본이득세가 있는데 상속받은 기업이나 부동산을 매각할 때까지 세금 부과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자들의 순유입이 가장 많은 나라는 아랍에미리트(UAE)이다. UAE는 상속세는 물론 일체의 개인 소득세가 없다. 싱가포르도 부자 순유입이 많은 나라인데 역시 상속세가 없다.
 
대한민국에서 부자 순유출이 많은 또 다른 이유는 한국 기업들의 해외이전 때문이다. 상속 시 최고 60%의 세금을 내고 회사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상속세 제도를 유지하는 나라에서 회사를 계속 운영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금 이외에도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하는 다른 이유들이 있다. 대한민국은 3년 새 전기료가 63% 인상되었다 한다. 특히 산업용 전기요금이 미국이나 중국보다 높아서 생산원가의 증가는 회사들이 전기료가 저렴한 미국이나 동남아 국가들로 떠나는 이유가 된다고 한다. 2023년 기준으로 킬로와트당 전기료가 미국 텍사스는 77.6원이고 우리나라는 153.5원이다. 기업들이 텍사스로 이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의 결과이다. 앞으로 AI시대를 여는 데 있어서 값싸고 질 좋은 전기는 국가경쟁력의 핵심 요소인데 전기료는 높은 세금과 함께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우리는 전기료를 전기세라 부른다. 전기세금 때문에 기업들이 해외로 피난을 가는 것이다. 이민이나 기업의 해외 이전을 택하는 기업들 행렬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주방용품 생산업체 락앤락의 설립자는 상속세 때문에 기업을 매각하고 새로운 사업을 위해 베트남으로 이주했다. 홍콩에 있는 중국계 펀드가 이 회사를 인수했다. 가구업체 한샘은 30% 정도의 주식지분 전량을 1조4500억원에 매각했다. 자녀들 모두 회사의 경영권을 상속받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한다. 상속 발생 시 상속자산의 50%인 7250억원의 세금을 내야하고 이를 위해 주식을 매각하면 이미 경영권을 잃게 되니 상속받을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라 짐작된다. 매각한 돈으로 해외에 투자하고 그 회사를 물려주면 세금 부담이 없는데 굳이 우리나라에 남아서 상속을 받으려 할까? 개인들에게 세금을 회피할 방법은 많다. 이혼도 있고 이민도 있다. 이렇게 대한민국은 침몰하고 있다.





황승연 필자 주요 이력

▷독일 자르브뤼켄 대학교 사회학 박사 ▷전 경희대 ㈜데이콤 공동 정보사회연구소장 ▷전 한반도 정보화추진본부 지역정보화기획단장 ▷경희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굿소사이어티 조사연구소 대표 ▷상속세제 개혁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