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자에서 소비자 피해로 확산...'정산 지연 사태' 어디까지 번지나

2024-07-23 15:48
항공권·호텔·워터파크 일방적 취소 줄줄이
롯데·신세계 등 대형 유통사 판매 중단
티몬캐시 구매자들 환불 요청 잇따라

구영배 큐텐 사장. [사진=큐텐]

싱가포르 기반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가 소비자 피해로 번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티몬, 위메프 입점 업체를 중심으로 구매 취소 통보가 잇따르고 있다. 입점 업체들은 받아야 할 판매 대금이 지연된 상태라며 소비자들이 구매한 상품을 취소·환불하라고 안내 중인 상태다.
 
판매자들이 정산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지연 사태가 이어지면서 소비자 불안도 커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소비자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티몬과 위메프에서 항공권, 숙박권 등을 샀던 소비자들은 구입 취소 통보를 받고 당황스러움을 표출하고 있다. 또 “상품이 취소되지 않는다”, “제대로 환불받을 수 있을지 불안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
 
’맘카페‘ 등을 중심으로 가족 단위의 휴가를 계획했던 소비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예약이 정상 처리됐으나 언제 취소될지 모르는 상황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항공권을 구매한 소비자는 “내일 모레 출발인 항공권인데 취소 문자가 왔다”며 “업체에서 할인 금액 제외하고 추가금을 입금해야 항공권이 유지된다고 통보받았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호텔, 워터파크 예약객들도 “판매자 측에서 정산 지연의 사유로 인해 결제 취소를 요청했다”며 “휴가 기간에 맞춰 예약했는데 일단 취소하고 환불 신청한 상태”라고 했다.
 
티몬에서 항공권을 구매한 고객이 출발 전날 받은 예약 취소 문자. [사진=SNS]

이처럼 소비자 피해도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여행사들은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노랑풍선, 교원투어 등 주요 여행사들은 상품을 티몬과 위메프 애플리케이션(앱), 웹사이트에서 내린 상태다.
 
위메프발(發) 정산 지연 사태가 여행업계뿐만 아니라 유통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국내 대형 유통사들도 이들과의 제휴를 중단했다. 롯데쇼핑, 신세계, 현대백화점, CJ ENM, GS리테일 등 유통 기업들이 잇따라 판매하던 상품을 내렸다. SK스토아, 공영홈쇼핑, 홈앤쇼핑 등 T커머스 업체들도 줄줄이 판매를 철수했다.
 
NHN의 결제 사업 플랫폼인 페이코도 ‘티몬캐시’ 환전을 멈췄다. 티몬의 선불충전금인 티몬캐시는 타 플랫폼 포인트로 환전이 가능한데, 현재 티몬 캐시를 페이코에서 환전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다.
 
티몬캐시 판매 페이지에는 ‘미사용 티켓 환불제 미적용 상품’이라는 환불 규정이 명시돼 있음에도 환불 문의가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금융당국도 큐텐 계열사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위메프, 티몬의 미정산·유동성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매일 실시 중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큐텐코리아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 조사를 했다. 공정위는 큐텐이 전자상거래법상 신고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자들에 이어 협력사까지 티몬·위메프와 거래를 줄줄이 중단하면서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내 판매자 감소는 경쟁력 약화와 직결된다는 점에서다.
 
티몬위〮메프는 이날 판매자 이탈을 막고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정산 구조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구매자의 결제금 중 판매자에게 지급되는 정산금을 기존에는 회사에 보관하는 방식이었다면, 새로 도입되는 시스템은 제3의 금융기관과 연계해 자금을 예치하는 방식이다. 미정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양사는 8월 중 새로운 정산 시스템을 판매자들에 공개하고 이용 방법 등을 안내한다는 계획이다.
 
티몬위〮메프 측은 “상품 결제 대금의 지급 안전성을 강화하고 빠른 정산을 지원하기 위해 이번 시스템 도입을 결정했다”며 “정산 지연 사태를 빠르게 해결하고 판매자, 고객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