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사퇴] 트럼프 측, 해리스에 즉각 '포문'...'쉬운 상대'로 평가절하

2024-07-22 16:26
트럼프 "현재 지지율상 내가 이겨"...'인신공격' 재가동
밴스·캠프 주요인사 '바이든-해리스' 묶어 비판
'고령 리스크' 부메랑...공화당 전략 수정 불가피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에서 유세를 하는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내려놓은 가운데 공화당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민주당을 상대로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퇴를 결정한 바이든 대통령과 대안 후보로 내세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싸잡아 비판하면서 해리스 부통령은 한결 꺾기 쉬운 상대로 평가 절하했다. 피격 사태 이후 다소 정제된 발언을 내놓던 그는 다시 '막말 공세'에 불을 지피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 CBS 방송 전화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결정에 충격을 받았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해리스 부통령)가 그보다 나을 게 없다. 그녀는 훨씬 덜 유능할 수 있다"며 "여론조사상 나는 그보다 그녀를 상대하기 수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본인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그는 "부패한 조 바이든은 대통령선거 출마에 부적합하고, 확실히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 맞지 않는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직무수행 능력이 없는데도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고 꼬집었다. 그는 CNN 인터뷰에서 "해리스는 바이든보다 이기기 쉽다"며 "좌파가 누굴 내세우든 (바이든과) 똑같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피격 이후 통합을 강조하며 전당대회 연설문도 고치는 모습을 보였으나, 20일 유세부터 다시 상대 후보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에서 열린 유세에서 2시간 가까운 연설 동안 바이든 대통령이 '멍청하다'고 하거나 IQ가 70이라는 인신공격을 거듭했다.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선 '미쳤다' '제정신이 아니다' '웃음이 헤프다' 등의 말을 뱉어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인 밴스 상원의원은 엑스(X)를 통해 거센 비판에 동참했다. 그는 "조 바이든은 내 생애 최악의 대통령이며 해리스는 그 모든 과정에 바이든과 함께했다"며 지난 임기 동안 물가를 치솟게 한 국경 개방정책과 친환경 정책 모두 두 사람의 공동책임임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선캠프는 이날 선거대책위원장 명의 성명으로 두 사람 모두 임기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여기에 공화당 주요 인사들도 비판에 힘을 보탰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성명을 통해 바이든과 해리스를 묶어 비판했다. 이어 "조 바이든이 대통령으로 출마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면 대통령으로서 자격도 없다"며 조기 사임을 촉구했다.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도 성명을 통해 "우리나라는 2021년 1월보다 덜 번영하고 덜 안전하다. 우리는 4년 더 실패할 여유가 없다"며 조속한 정권교체를 요구했다.

트럼프 캠프 측도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결정으로 선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공화당은 그간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를 부각하는 선거 전략에 집중했다. 지난주 전당대회도 '힘'과 '활력'을 강조하고자 시끄러운 입장 장면과 레슬러, 로커의 공연 등으로 꾸려지기도 했다.

대체 후보로 50대 해리스 부통령이 부상하면서 '고령 리스크'는 오히려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하게 됐다. 트럼프 캠프는 당분간 공세 수위를 높이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민주당 측이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를 숨긴 점과 해리스 부통령이 국경 개방 정책의 책임이 있다는 점을 주장할 것으로 BBC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