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환의 Next Korea] 산림 최강국 독일, 숲을 활용해 기후 위기 대응 나서
2024-07-24 08:07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은 기후위기로 인한 숲과 나무 피해다. 건조해지고 온난화로 많은 지역에서 나무들이 말라 죽어가고 있다.”
이달(7월) 초 필자가 독일 바이에른 주 산림청을 방문했을 때 딕크 슈메헬 대변인이 한 말이다. 그는 또 “너도밤나무와 소나무 피해가 심각하다”면서 “기온 상승으로 기존의 나무 종이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더운 지역에서 자라는 새 수종의 개발과 식목이 필요한 ‘숲패러다임 대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대한민국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지구 기후와 관련해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6월 ‘세계기상기구’(WMO)는 향후 5년간 산업혁명 전 대비 지구 표면온도가 1.9℃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예상치를 웃도는 빨간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온난화의 주범인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를 과도하게 사용해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필자가 방문한 유럽에도 연일 이상기후인 우박, 번개, 폭염, 홍수 등이 덮치고 있었다. 온난화 현장은 독일 쪽 알프스산 최고봉이자 만년설 추크슈피체(Zugspitze : 해발 3000m)에서 확인, 수백만년 축적된 얼음 빙하가 녹아나가고 있었다.
기후위기로 인해 깨끗한 공기와 물을 제공하는 숲가꾸기가 더욱 중요해졌다. 독일 바이에른 주 산림청 헤르베르트 보르헤르트 박사는 “숲과 나무는 독일에서 자동차산업 다음으로 큰 산업”이라면서 “깨끗한 산소 제공과 이산화탄소 포집, 물을 머금어 산사태를 막고 야생 동식물의 보금자리이자 인간에게 임산물과 힐링·건강을 제공하는 최고의 장소”라고 설명한다. 50년 전 1974년 우리에게 민둥산에서 푸른숲으로 우거진 ‘치산녹화’를 위해 돈과 기술을 제공한 산림최강국 독일을 방문했다. 그들이 어떻게 기후위기에 따른 ‘숲가꾸기와 언론 홍보전략’을 마련해 실천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우리에게 시사점을 줄 수 있는 4개 사항을 파악할 수 있었다. 먼저 독일 정부가 솔선수범하고 있었다. 슈메헬 대변인은 홍보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수종의 나무들이 기존 나무들을 대체할까 걱정하기 때문에 새로운 종의 나무를 식목하는 것에 대한 언론 홍보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미디어와의 협력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표 사례로 그는 “남부 바이에른 주의 프랑켄발트숲에서 나무껍질 딱정벌레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한 정보를 언론에 제공해 대중에게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언론에게 과학적인 연구결과 및 숲 현황에 대한 사실 정보를 제공해 보도함으로써 시민 의식을 고취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서양의 ‘진실 스스로 말하게 하라’는 격언을 솔선수범하고 있었다. 필자가 그에게 ‘부정적인 숲과 나무의 상황에 대해 어떻게 홍보하는지’를 물었다. 그는 실제 경험 사례를 들었다. 바이에른 주 산림청이 시민단체들과 나무심기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그 지역에 자생하지 않은 더글러스 소나무를 심었다. 이 수종이 지역 환경에 맞지 않아 실패했고, 많은 시민들은 산림청에 항의했다. 이에 대해 산림청은 곧 바로 실수를 인정하고 10년 동안 시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지역 자생 나무를 심어 재건에 성공했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일부 환경시민단체들이 말하는 ‘소나무가 산불 불쏘시개가 되기 때문에 수종을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보여주고 있다.
둘째, 숲가꾸기와 홍보를 위해 숲의 주인 산주들·시민단체와의 협업이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산주들이 약 70만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많은 산주들이 평균 0.5ha 소유하고 있다. 이들이 숲나무 및 임산물에 대한 관리, 수확, 판매 등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돈이 되는 숲’을 위해서다. 독일 산림청은 산주들을 위해 숲나무 ‘홍보 가이드북’에서 이들이 알아야 할 5 길라잡이, 즉 숲가꾸기, 관련 법률 규정, 목재 벌채, 작업 기술, 숲나무 관리 등에 대한 책 시리즈를 만들어 제공했다. 산주들과 산림청이 적극 협업을 통해 숲나무의 가치를 높이고 있었다. 삼성의 이건희 전 회장이 말한 숲나무의 ‘1석 5조론’에 해당되는 말이다.
우리와 유사하게 독일에서도 숲과 나무에 대해 2가지 관점, 즉 ‘숲을 보존해야 한다는 것’과 ‘보존과 동시에 이용해야 한다는 관점’이 대립하고 있었다. 전자의 경우 환경단체들이 대표적이고 후자의 경우 산림단체들이다. 전자를 대표하는 독일 단체로서 ‘분트’(BUND)가 있고, 후자의 경우 ‘독일숲평의회’가 있다. 전자는 숲을 바라보는 자연환경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보호지역으로 지정해 묶어두려고 한다. 후자는 국립공원에서도 보호할 나무는 보호하지만 베어내 숲이 건강해지도록 가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숲전문가들은 숲가꾸기가 더 ‘환경친화적’이라고 설명한다. 우리 산림과학원은 “숲가꾸기로 나무 42%와 이산화탄소 포집이 42% 늘어나고, 물 머금었다가 공급하는 물량도 43% 늘어나면서 산불 발생도 31% 감소시킨다”고 발표했다.
셋째, 숲의 보존과 활용에 대해서다. 언론홍보 전략으로 슈메헬은 ‘정확한 목표와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을 강조했다. 기후위기로 인해 숲나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독일에서 숲나무의 기능에 대해 24가지로 설명한다. 산소제공 등 기본서비스에서 목재제공 등 경제적 서비스, 이산화탄소 흡수 등 회복서비스, 그리고 힐링·수목장 등의 장소로서 사회문화적 서비스 등을 말한다. 이에 대한 언론 홍보전략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숲나무 활용에 대해 우리와 독일을 비교하면 아직 큰 차이가 난다. 먼저 임목축적량으로 독일 숲에는 나무가 빽빽해 ㏊당 임목축적량이 321㎥로 900억 그루가 자라고, 우리는 165㎥에 71억 그루가 자란다. 이는 곧 목재생산량으로 이어진다. 독일 연간 목재생산량이 6803만㎡지만 우리는 16분의 1인 420만㎡에 불과하다. 또한 독일은 산림종사자 110만명이 매출액 224조원을, 우리는 61만명이 매출액 160조원(수입 포함)을 올리고 있다. 독일은 또 신재생에너지로 목재가 차지하는 비율이 50%에 이르고, 우리는 약 13.9%에 불과하다.
넷째, 전 국민 산림복지다. 필자가 방문한 알프스산 추크슈피체에 산악열차와 케이블카로 할아버지, 부모, 손주 등 3대가 함께 올라와 즐기고 ‘호연지기‘를 키우고 있었다. 우리처럼 높은 유명산을 건강한 청년들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가족친화적인 산림복지 인프라를 구축했다.
독일 숲나무전문가인 한국임업진흥원의 박수규 박사는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수종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우리 시민단체들이 숲을 가꾸고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숲을 보호하면서도 적극 활용하고 누리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전략 수립, 즉 ‘고도화된 산림관리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7월 15~16일 양일간 경북 영주 풍기에 있는 국립치유원에서 산림청 신임 임상섭 청장 및 과장 이상 간부들과 6개 분과 자문위원 등 약 80명이 참여한 정책자문회의가 열렸다. 전체 주제로 ‘모두가 누리는 가치있고 건강한 숲’, 6개 분야 세부주제로 산림행정 디지털전략, 해외 산림탄소축적 증진, 산림 ESG 경영과 숲길 대국민 인식개선, 산악생태관광 활성화, 지역숲보전(OECM) 제도와 지불제 도입, 산림재난통합관리 등을 다루었다. 임 청장은 “우리도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면서 “산림의 가치를 높이는 데 전력을 쏟겠다”고 밝혔다. 행사지역인 경북 이철우 도지사도 참석해 “바라보는 산이 아니라 돈이 되는 산이 되도록 지혜와 방안을 제시해 주길” 당부했다.
필자가 속한 국제협력분과의 장민영 해외자원담당관이 우리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해외에 이산화탄소 감축 증진(REDD+) 추진”에 대해 상세하게 발표했다. 해외에 산림을 확보해 이산화탄소 감축에 기여하는 것이다. 온난화로 숲나무 가꾸기가 국내외 경계선이 사라졌다. 독일 임업부 크리스토프 나이첼 박사는 필자에게 “‘한독산림협력 50주년’ 행사로 공동 그랜드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하자”고 제안했고, 이에 대해 우리 산림청 박은식 산림산업정책국장은 “한·독 글로벌 산림이슈 공동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제협업과 산주 210만명 시대에 산림청 자문위원들은 “우리 산림청이 부처로 승격할 때”라고 말했다. 기후위기로 ‘숲정책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택환 작가
국가비전전략가·독일전문가로 산림청·경북 자문위원으로 활동. <넥스트 코리아> 등 넥스트 시리즈 8권을 포함 20여권 이상 집필. 독일 본대학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10년간 국회·산림청·지자체·상공회의소·삼성전자 등 350회 이상 특강한 유명강사다.
이달(7월) 초 필자가 독일 바이에른 주 산림청을 방문했을 때 딕크 슈메헬 대변인이 한 말이다. 그는 또 “너도밤나무와 소나무 피해가 심각하다”면서 “기온 상승으로 기존의 나무 종이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더운 지역에서 자라는 새 수종의 개발과 식목이 필요한 ‘숲패러다임 대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대한민국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지구 기후와 관련해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6월 ‘세계기상기구’(WMO)는 향후 5년간 산업혁명 전 대비 지구 표면온도가 1.9℃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예상치를 웃도는 빨간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온난화의 주범인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를 과도하게 사용해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필자가 방문한 유럽에도 연일 이상기후인 우박, 번개, 폭염, 홍수 등이 덮치고 있었다. 온난화 현장은 독일 쪽 알프스산 최고봉이자 만년설 추크슈피체(Zugspitze : 해발 3000m)에서 확인, 수백만년 축적된 얼음 빙하가 녹아나가고 있었다.
기후위기로 인해 깨끗한 공기와 물을 제공하는 숲가꾸기가 더욱 중요해졌다. 독일 바이에른 주 산림청 헤르베르트 보르헤르트 박사는 “숲과 나무는 독일에서 자동차산업 다음으로 큰 산업”이라면서 “깨끗한 산소 제공과 이산화탄소 포집, 물을 머금어 산사태를 막고 야생 동식물의 보금자리이자 인간에게 임산물과 힐링·건강을 제공하는 최고의 장소”라고 설명한다. 50년 전 1974년 우리에게 민둥산에서 푸른숲으로 우거진 ‘치산녹화’를 위해 돈과 기술을 제공한 산림최강국 독일을 방문했다. 그들이 어떻게 기후위기에 따른 ‘숲가꾸기와 언론 홍보전략’을 마련해 실천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둘째, 숲가꾸기와 홍보를 위해 숲의 주인 산주들·시민단체와의 협업이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산주들이 약 70만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많은 산주들이 평균 0.5ha 소유하고 있다. 이들이 숲나무 및 임산물에 대한 관리, 수확, 판매 등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돈이 되는 숲’을 위해서다. 독일 산림청은 산주들을 위해 숲나무 ‘홍보 가이드북’에서 이들이 알아야 할 5 길라잡이, 즉 숲가꾸기, 관련 법률 규정, 목재 벌채, 작업 기술, 숲나무 관리 등에 대한 책 시리즈를 만들어 제공했다. 산주들과 산림청이 적극 협업을 통해 숲나무의 가치를 높이고 있었다. 삼성의 이건희 전 회장이 말한 숲나무의 ‘1석 5조론’에 해당되는 말이다.
우리와 유사하게 독일에서도 숲과 나무에 대해 2가지 관점, 즉 ‘숲을 보존해야 한다는 것’과 ‘보존과 동시에 이용해야 한다는 관점’이 대립하고 있었다. 전자의 경우 환경단체들이 대표적이고 후자의 경우 산림단체들이다. 전자를 대표하는 독일 단체로서 ‘분트’(BUND)가 있고, 후자의 경우 ‘독일숲평의회’가 있다. 전자는 숲을 바라보는 자연환경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보호지역으로 지정해 묶어두려고 한다. 후자는 국립공원에서도 보호할 나무는 보호하지만 베어내 숲이 건강해지도록 가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숲전문가들은 숲가꾸기가 더 ‘환경친화적’이라고 설명한다. 우리 산림과학원은 “숲가꾸기로 나무 42%와 이산화탄소 포집이 42% 늘어나고, 물 머금었다가 공급하는 물량도 43% 늘어나면서 산불 발생도 31% 감소시킨다”고 발표했다.
넷째, 전 국민 산림복지다. 필자가 방문한 알프스산 추크슈피체에 산악열차와 케이블카로 할아버지, 부모, 손주 등 3대가 함께 올라와 즐기고 ‘호연지기‘를 키우고 있었다. 우리처럼 높은 유명산을 건강한 청년들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가족친화적인 산림복지 인프라를 구축했다.
독일 숲나무전문가인 한국임업진흥원의 박수규 박사는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수종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우리 시민단체들이 숲을 가꾸고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숲을 보호하면서도 적극 활용하고 누리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전략 수립, 즉 ‘고도화된 산림관리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7월 15~16일 양일간 경북 영주 풍기에 있는 국립치유원에서 산림청 신임 임상섭 청장 및 과장 이상 간부들과 6개 분과 자문위원 등 약 80명이 참여한 정책자문회의가 열렸다. 전체 주제로 ‘모두가 누리는 가치있고 건강한 숲’, 6개 분야 세부주제로 산림행정 디지털전략, 해외 산림탄소축적 증진, 산림 ESG 경영과 숲길 대국민 인식개선, 산악생태관광 활성화, 지역숲보전(OECM) 제도와 지불제 도입, 산림재난통합관리 등을 다루었다. 임 청장은 “우리도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면서 “산림의 가치를 높이는 데 전력을 쏟겠다”고 밝혔다. 행사지역인 경북 이철우 도지사도 참석해 “바라보는 산이 아니라 돈이 되는 산이 되도록 지혜와 방안을 제시해 주길” 당부했다.
필자가 속한 국제협력분과의 장민영 해외자원담당관이 우리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해외에 이산화탄소 감축 증진(REDD+) 추진”에 대해 상세하게 발표했다. 해외에 산림을 확보해 이산화탄소 감축에 기여하는 것이다. 온난화로 숲나무 가꾸기가 국내외 경계선이 사라졌다. 독일 임업부 크리스토프 나이첼 박사는 필자에게 “‘한독산림협력 50주년’ 행사로 공동 그랜드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하자”고 제안했고, 이에 대해 우리 산림청 박은식 산림산업정책국장은 “한·독 글로벌 산림이슈 공동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제협업과 산주 210만명 시대에 산림청 자문위원들은 “우리 산림청이 부처로 승격할 때”라고 말했다. 기후위기로 ‘숲정책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택환 작가
국가비전전략가·독일전문가로 산림청·경북 자문위원으로 활동. <넥스트 코리아> 등 넥스트 시리즈 8권을 포함 20여권 이상 집필. 독일 본대학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10년간 국회·산림청·지자체·상공회의소·삼성전자 등 350회 이상 특강한 유명강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