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환 Next Korea] 식물만 620만점 …힐링과 웰니스 여행의 '버킷리스트' 백수원

2024-05-17 06:00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어흥 어흥 어흥...”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세계적 명소인 국립 백두대간수목원(백수원)의 호랑이숲에서 살고 있는 ‘태범’이가 필자 일행을 반기면서 열 차례 이상이나 인사를 한다. 이학박사인 백수원의 제상훈 본부장은 “호랑이가 이렇게 많이 어흥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어떤 날에는 방문객에게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태범이가 ‘사람을 알아본다’는 것으로 동물의 제왕이 인간에게 주는 교훈일 수 있다. 200㎏에 4살 넘은 태범이는 전국 팬클럽을 갖고 있다. 울타리 밖으로 나오는 시간대에 목포, 인천 등 전국에서 700명이 백두대간으로 몰려온다. ‘호티켓’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떠들거나 음식물을 던지면 안 되는 매너다. 유튜브에 태범이를 검색하면 여러 동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원래 태범(수컷)이와 무궁(암컷)이 남매가 용인의 삼성 애버랜드에 살았다. 종의 보존과 산세에 맞는 백두대간수목원으로 2021년 이사 왔다. 멸종위기의 백두산 호랑이가 백두대간에 살아야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백수원에는 6마리 호랑이가 살고 있고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다.
 
[백수원 호랑이]


백수원은 고산지대에서 살고 있는 자생 산림생물특화 정원일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유일하게 야생종자 ‘시드볼트’(Seed Vault·씨앗 금고)를 보유한 ‘노아의 씨앗방주’인 셈이다. 2018년 5월에 개장했다. 5179ha(1557만평)로 아시아에서 가장 큰 정원이다. 식물만 4174종과 620만점이 있다. 세계적인 정원학자 올리비아 레잉은 “기후위기 시대에 수목원은 생물다양성의 보고”라고 찬양한다.

현재 국립 수목원은 3곳이 있다. 세종시 수목원, 서울 광릉수목원과 경북 봉화의 백수원이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태백산을 거쳐 백두산에 이르는 1400㎞의 한반도 중추인 백두대간은 우주의 중심이다. 필자가 방문한 5월의 백수원은 다양한 꽃동산이자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초록 나뭇잎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봄에 자생 희귀종인 붉은병꽃, 노랑붓꽃금당화, 병아리꽃나무, 상사화 등이 만발하고 여름부터 가을에는 털부처꽃, 구절초, 국화 등이 진한 향기와 아름다운 색을 뽐내는 경관을 즐길 수 있다. 백수원의 가장 큰 매력은 39가지 다양한 꽃밭 정원들과 아름다운 나무거리 광경이다. 만병초원 등 작은 정원들이 계절마다 바뀌고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금강송 소나무뿐만 아니라 돌배나무 가로수와 하늘거리는 색깔의 네군도단풍 거리가 잘 조성되어 있다. 백두대간의 웅장한 자연 숲에 아름답게 가꾸고 조성한 꽃밭과 가로수가 일품이다. ‘어싱’(earthing)인 땅의 신을 접하는 맨발 걷기에 좋은 흙길을 조성했다. 겨울철에는 황여새 등 철새들이 찾아와 방문객을 맞이한다. 꽃길, 나무길, 흙길 등 걷기 명상을 위한 최고 공간이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숲과 수목원은 “영혼을 치유하는 병원”이라고 말한다. 18세기 프랑스 계몽사상가 볼테르는 “고난을 헤쳐가기 위해 마음의 정원을 가꾸라”고 말했다. 미국 하버드대 출신인 관광전문가 한이경 대표는 “새롭게 웰빙과 웰니스가 가장 ‘핫(hot)한 관광트렌드’라고 말한다. 웰빙은 ‘좀 더 높은 차원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의미하는데, 깨어있는 자아 상태’를 말하고, 웰니스는 ‘깨어있는 웰빙 상태에 다다르기 위해 명상, 사운드 힐링 프로그램’ 등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서울에서 백수원을 방문한 관광객 K씨는 “인간이 자연을 파괴함으로써 아파트와 아스팔트 콘크리트 문화로 영혼이 잠식당하고 있는데 이곳에 오니 자연의 일부분이 되는 것을 느끼고 자연의 감사함을 알게 된다”면서 “자주 오고 싶다”고 말했다. 자연의 품에 안기는 편안함과 푸근함을 느끼게 된다는 지적이다. 서울에서 경제지 편집국장을 지냈고 강원도 홍천에 사는 장용동 대표는 “산골은 진정한 영적 순례지”라면서 “사유와 숙고를 통해 내면을 통찰한다”고 설명한다.
 
[백수원 입구 및 경관]
 

백수원은 자연숲과 정원으로 그야말로 웰빙과 웰니스의 최고 공간이다. 오늘날 웰빙 관광은 체험을 넘어 영성을 찾아가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백수원 탐방은 자연의 위대함과 더불어 명상, 힐링을 통해 영성을 찾아가는 새 관광 장르로 볼 수 있다. 또한 글로벌 트렌드인 ‘경험경제’에서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경제’로 전환하면서 ‘웰빙이코노미’를 잘 보여주고 있다. 백수원은 새 가치와 새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백수원은 또 지역민 친화적인 정책으로 33가구 농가가 계약재배를 하고 있고 주민들이 결혼식을 올린다. 가족친화적인 길을 만들어 할아버지, 부모, 손주 3대가 함께 카트를 타고 호랑이를 볼 수 있고 자연환경을 감상할 수 있게 좋은 지역관광모델을 만들었다.
 
[꽃마숲공연장]

백수원은 또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처럼 고산식물들이 자라는 냉실 ‘알파인하우스’(Alpine House)를 운영하고 있다. 3관으로 동북아전시관, 중앙아시아전시관, 세계식물전시관 등이다. 동북아전시관에는 한반도를 포함해 중국·몽골의 고산식물들과 큰금매화 등 꽃들이 자라고 있다. 중앙아시아전시관에는 카자흐스탄 등 스탄 국가들과 중국서부·몽골 서남부에서 자라는 튤립 등 고산식물들이 봄날에 맞추어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세계식물전시관은 유럽, 아프리카 등 다양한 고산 환경에서 서식하는 식물들과 국화과인 두메흑삼릉 꽃 등이 자라고 있다. 중앙에 있는 또 하나의 정원 ‘뜨락정원’은 마치 세계 고산지대를 방문한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꽃 전문가들은 세계 꽃들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철쭉]

필자가 백수원을 방문한 5월 1일 이날 출발한 서울뿐만 아니라 스쳐 지나간 안동에도 미세먼지가 시야를 흐리게 만들었다. 백두대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공기가 다르고 차 창문을 열고 깨끗한 시야와 상쾌한 산소를 들이 마시기 시작했다. 백두대간에는 미세먼지가 온데간데없고, 갑자기 비가 내리고 천둥과 벼락 소리가 귓가를 울리기도 했다. 이내 곧 하늘에 구름이 걷히고 태양이 방긋 인사를 한다. 자연의 변화와 신비를 체험하는 시간이다. 숲과 개울에서 수많은 야생 소리와 자연 소리를 연주하고 있었다. 백수원은 경북 봉화에 위치하고 있어 강원도 영월, 충북 제천과의 접경지대이자 ‘3도’가 만나는 청정지역이다. 봉화에서 영월로 넘어가는 꼬불꼬불 산길은 경관은 물론 자동차 드라이브코스로 환상적이다. 풍류시인 김삿갓 동네도 지나가게 된다. 충북 제천으로 이어지고 원주 치악산까지 숲길로 오게 된다.
 
[네군도 단풍나무 거리]


백수원의 한창술 원장은 “지난해 유료로 25만1000명이 방문했다”면서 “해마다 100만 방문자 시대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새로운 3가지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한류’의 영화나 드라마를 이곳에서 촬영해 국내는 물론 세계에 홍보할 수 있다. 이어 유명 유튜브들이나 셀럽들 방문이다. 세계 여행작가 한비야나 기이한 여행 너튜버 빠니보틀, 등산애호가 손학규 대표 등 셀럽들이 백두대간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다. 세계 60개국 명소를 다녀본 필자는 천혜의 백두대간 ‘K-미’(美)에 감동하고 있다. 유명 예능프로, 예로 tvn 유퀴즈의 유재석 MC가 이곳에서 영성과 웰빙을 전하는 새로운 토크쇼를 보여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웰니스관광을 위해 체류시간이 늘어나야 한다”면서 “백수원의 주위 새 관광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붙어있는 해발 1200m가 넘는 문수산에 둘레길을 조성하고 주위 ‘약수터’에 온천을 개발하는 것이다. 좋은 숙박시설인 호텔과 리조트뿐만 아니라 카페 및 먹거리도 중요하다. 세계적인 알프스산의 최고 명소인 해발 4000m 이상인 스위스 융프라우나 독일 추크스피츠 등에는 최고 호텔과 레스토랑이 관광객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좋은 잠자리, 이벤트와 관광프로그램이 많아야 지역관광이 성공할 수 있다.
 
[맨발걷기를 위한 황톳길]

경북 이철우 지사는 “숲과 산이 돈이 되는 정책”을, 산림청 남성현 청장은 “숲으로 부강한 글로벌 산림강국”을 내걸고 있다. 숲이 힐링 장소이자 웰빙이코노미를 강조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한다. 숲·관광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백수원에다가 문수산 국가 둘레길 조성, 호텔과 온천 개발, 새로운 먹거리 등을 묶어 웰니스 관광특구로 만드는 프로젝트이다. 세계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랜드마크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 백수원 방문을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버킷리스트’로 만들 때 세계적인 웰니스공간이 될 수 있다.


김택환 작가
국가비전전략가와 독일전문가·산림청 자문위원으로 활동. <넥스트 코리아> 등 넥스트 시리즈 8권을 포함 20여권 이상 집필한 작가다. 독일 본대학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지자체·상공회의소·삼성전자 등 350회 이상 특강한 유명강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