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권 담당만 하면 검사들 줄사표…9개월만 16명 "검찰, 인권 보호기관 맞나"

2024-07-22 11:08
인권보호관 발령 57명 중 30% 사표
'기피 직책' 인사 직후 퇴직→로펌행
"인권보호가 검찰의 본질" 자평 무색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아주로앤피] 검찰 인권보호 담당 검사가 9개월만에 16명이나 사직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권 담당은 좌천’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인권 보호기관’ 검찰의 존재 이유와 일선 검사들의 인식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아주로앤피 집계 결과 지난해 검찰 정기 인사가 있었던 9월부터 지난 6월까지 9개월간 3차례 인사에서 인권보호관으로 발령받은 검사 총 57명 중 16명의 검사가 사직했다.
 
이들은 주로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로펌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대다수가 인사 발령을 받은 직후 사직했다.
 
지난 5월 검찰 간부 인사 때 인권보호관을 24명 임명했는데 이 중 5명이 벌써 사표를 냈다. 수원지검 인권보호관으로 발령받은 유진승 검사는 지난 19일 ‘검찰 출신’으로만 구성된 중앙N남부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로 합류했다. 마약과의 전쟁 선봉에 서 '대검 첫 여성 마약과장'을 맡고 이어 '마약 수사 블루벨트'를 단 원지애 검사도 대구지검 인권보호관으로 임명받자 최근 퇴직했다. 원 검사는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던 인물이다.
 
지난해 9월 서울북부지검 인권보호관으로 임명된 서인선 검사는 10월 13일 퇴직 후 11월에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로 합류했다. 같은 시기 인천지검 부천지청 인권보호관으로 발령받았던 장소영 검사는 2024년 2월에 사직하고 현재 SPC 준법경영본부장(부사장)으로 일하며 허인영 그룹 회장(구속수감) 접견을 주 업무로 삼고 있다.
 
3회 이상 인권보호관으로 임명된 검사가 사직하는 경우도 있다. 2021년 대전지검 인권보호부장검사를 시작으로 2022년 남부지검 인권보호관, 2023년 대구지검 인권보호관을 거쳐 올해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으로 임명된 김희경 검사는 지난 3일 퇴직했다.
 
김형주 검사도 2022년 부산지검 동부지청과 2023년 서울중앙지검 인권보호관으로 일하다 올해 6월 인사에서도 수원고검 인권보호관으로 발령받자 지난달 20일 퇴직했다.
 
인권보호관은 검찰의 공보 업무와 피의자·피해자 등 사건 이해 관계인의 인권 보호만을 전담한다. 2017년 8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부인 정경심 교수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인권침해우려를 막기 위해 '인권감독관'이라는 명칭으로 시작했다. 이후 2021년 지청 단위로 확대 운영해 현재는 전국 검찰청 및 지청 34곳에서 검찰 인권 전담하고 있다.
 
또한 인권보호관은 일반 수사 사건을 배당받지 않고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인권 관련 진정 사건, 내부 구성원 감찰, 피해자 보호 관련 업무를 맡는다. 수사 각 단계에서 인권침해 요소가 없는지 검토하는 역할이다. 언론 공보 활동도 함께 담당한다.
 
인권보호관은 차장검사를 거치지 않고 지검장에 직접 보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장급 검사로 분류된다.
 
그러나 도입된 지 7년이 지났음에도 관련 법령에 정식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예컨대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제3조의4를 보면 대검찰청 인권정책관의 설치와 역할에 대한 규정이 있는데 34곳의 인권보호관에 대한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인권보호관으로 발령 나면 예산이나 인력 편성 등에 한계가 있어 업무추진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인권을 맡아 업무 실적을 내도 일선 차장검사나 지청장 등으로 발령내지 않고 수사 부서가 아닌 곳으로 또 다시 배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업무에 대한 동기도 떨어진다는 게 검사들의 설명이다.
 
결국 특정 사건 탓에 도입된 인권보호관이 제도적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일선에서 기피 직책으로 떠오른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인권보호관은 수사 업무를 하지 않고 정식 직제가 마련돼 있지 않아 '좌천성 인사'로 인식된다”며 “검찰 내부에서도 기피하는 부서”라고 밝혔다.
 
한편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2022년 취임사에서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한다”며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자연상태'를 뛰어넘어 국민의 생명 · 신체 · 안전 · 재산 등 기본권을 보호하고, 이를 통해 우리 공동체를 유지 · 발전시키는 것이야말로 바로 검찰의 '존재이유'이며 검찰이라는 '업의 본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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