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세계가 주목한 3중전회 …대대적 부양책 대신 점진적 리스크 방어
2024-07-21 19:26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중국 3중전회 행사가 4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제20기 3중전회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폐막되었다. 중국 경제의 성장방향과 문제해결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 속에 진행되었지만 경제침체를 막기 위한 대대적인 부양책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시진핑 3기 경제정책의 방향성과 어젠다를 확인할 수 있는 회의였다. 5년간의 집권기간 내 총 7회의 ‘중전회(중앙위원회 전체회의)’가 개최되는데 그중 3중전회가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3중전회는 1년간 경제 운영결과를 토대로 향후 5년 집권기간 새로운 국정정책 어젠다를 논의하고 제시하는 회의다. 1978년 획기적인 중국 개혁개방 정책이 확정되었고, 1984년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 1988년 가격 및 임금개혁방안 확정, 2003년 사유재산 보호조항의 헌법개정 등 중국 경제의 역사적인 전환점과 중요한 경제정책 대부분이 3중전회를 통해 결정되었다.
사실 제20기 3중전회가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기존 관례를 깨고 9개월이 지나 늦게 개최되었다는 점과 중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어떤 부양책이 나올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우선 관례대로라면 3중전회는 작년 9~11월 중 개최되어야 하는데 왜 연기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점이었다. 친강 전 외교부장, 리상푸 전 국방장관의 해임 등 대내적인 정치 이슈와 경제의 복잡한 내부 상황이 얽혀있는 상황에서 미·중 충돌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없었다는 것이 3중전회가 지연된 이유였다는 것이 3중전회 공보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점차 심화되고 있는 부동산 위기, 내수소비 부진에 따른 경제침체와 미국·EU와의 무역갈등의 글로벌 환경이 더해지면서 과거와 같은 뚜렷한 경제 청사진과 방향성을 찾지 못한 이유도 있었다. 중국경제하방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5%대의 성장률을 방어해야 하는 중국 정부가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시장에 줄 수 있느냐도 중국 내부의 고심이었을 것이다. 3중전회가 경제개혁과 정책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볼 때 만약 새로운 전환점이 될 만한 정책이 제시되지 못할 경우 중국 경제에 대한 실망감을 가중시키고 불확실성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중국 정부는 생각했다. 결국 단기적 경기부양보다 중장기적 성장동력 확보에 초점을 맞춘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3중전회 내용을 바탕으로 시진핑 3기의 경제정책 방향성을 전망해 보자.
첫째, 목표지향형의 핵심 키워드는 ‘신질생산력(新質生産力)’, ‘신형거국체제(新型擧國體制)’, ‘재정과 조세개혁을 통한 공동부유의 실현’으로 요약할 수 있다. 목표지향의 핵심은 2035년까지 미국에 대응할 수 있는 기초 체력(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 실현)을 만들고 2049년에는 경제, 군사 등 모든 영역에서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강국(사회주의 현대화 강국건설)이 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2035년 목표달성을 위해 각종 개혁 업무를 건국 80주년이 되는 2029년까지 완성하겠다는 구체적인 향후 10년 로드맵도 공보에 명시했다. 목표지향형의 핵심 키워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신질생산력과 신형거국체제는 향후 10년간 미국과의 첨단기술 디커플링에 대비해 국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첨단기술자립속도를 강화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특성과 장점을 살린 신질생산력 제고와 AI·양자컴퓨팅·반도체·첨단장비제조·신소재 등 첨단산업을 공산당 주도 아래 산학연의 긴밀한 연계와 융합을 통해 핵심기술 역량을 제고한다는 것이다. 또한 전통 제조의 경제성장방식에서 벗어나 첨단기술 중심의 스마트화∙디지털화∙네트워크화의 경제성장 구조와 체질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향후 소득세, 재산세 및 자원세 중심의 직접세 비중을 높이고, 증치세 등의 간접세 비중을 낮추는 재정세수 개혁을 통해 공동부유를 더욱 구체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둘째, 문제해결형의 핵심 키워드는 ‘세수함정(税收洼地) 정리’, ‘인내자본(耐心資本) 확대’, ‘생산요소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한 전국통일 대시장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방정부의 부채증가, 성장 혁신동력의 약화, 청년실업률 증가, 내수소비 침체의 구조적 문제점을 적극 해결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수함정(税收洼地)’은 지방경제발전을 위해 지방정부가 해당 관할구역 내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세수우대와 세수환급을 제공하는 정책을 말한다. 예를 들어 소수민족 지역, 낙후된 지역에 일정한 세수우대정책 제공과 지역별 소규모 기업에 대한 세수 우대와 환급 등이 여기에 속한다. 문제는 지방정부 간 기업유치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회적인 세수우대와 환급방식을 통해 세원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정부 간 경제발전 경쟁이 중앙정부의 국내 대순환(내수소비) 정책과 모순된다는 것이다. 지방보호주의가 더욱 심해지면서, 세수우대 경쟁을 통해 결국 지방세수의 유실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기업들도 세금감면과 세금환급을 위해 불법적으로 세수함정 정책을 활용하면서 지방세수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지방정부 부채와 재정난 해결을 위해 100% 중앙정부에 귀속되는 소비세 개혁 가능성도 높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