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SK이노·SK E&S 합병, 자산 106조원 '초거대 에너지기업' 탄생...재무·투자·사업 세 마리 토끼 한번에

2024-07-17 17:46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으로 자산총액 100조원대의 초대형 에너지·석유화학 기업이 탄생한다.
 
SK그룹의 대대적인 리밸런싱(재조정) 작업 중 하나인 이번 합병안은 장기간의 석유화학 부문 부진,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자금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병함으로써 재무안정, 사업 동반성장 효과를 동시에 노린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묘수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두 회사의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자산총액 106조원, 재계 8위 수준의 초거대 에너지기업이 오는 11월 1일 공식출범하게 된다.

합병비율은 SK이노베이션 1대 SK E&S 1.19로 시장이 예상한 1대 2와는 크게 차이가 난다.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는 후하게 쳐줬으며 SK E&S는 예상보다 낮게 책정됐다는 평가다. 

양사의 합병비율은 1대 1.1917417로,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각각의 기업가치를 근거로 산출됐다. 합병비율에 따라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이 합병신주를 발행해 SK E&S의 주주인 SK㈜에 5529만9186주를 교부한다. SK이노베이션 신주는 11월20일 상장될 예정으로, 합병 후 SK이노베이션 최대주주인 SK㈜의 지분율은 36.22%에서 55.9%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합병안건이 이사회에서 결의된 만큼 주주총회를 거쳐 합병이 최종 결정된다. 주주총회 예정일은 오는 8월 27일이다. 8월 12일부터 26일까지 합병반대의사를 접수한 후, 27일부터 9월 19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번 합병으로 배터리 자회사 SK온에 대한 투자로 부채비율이 크게 증가한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는 크게 안정화 된다. 올해 1분기 기준 SK이노베이션의 부채총계는 55조617억원이며, 이 중 23조4907억원이 자회사 SK온의 부채다. 1년 내 만기가 오는 채무도 약 30조원에 달한다.
 
반면 SK E&S의 올해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61.8%로 안정적이며, 자산총액은 약 19조원에 달한다. 재계는 두 회사의 합병은 이른바 ‘부채 물타기’ 효과를 내면서 SK이노베이션 부문의 재무구조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SK온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으로 분석된다. SK온은 2021년 출범 이후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내면서, 누적 적자액은 2조6000억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만 7조5000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계획하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SK E&S의 건전한 부채비율로 인해 추가적인 자금조달 여력이 생긴 만큼 SK그룹의 배터리 투자도 다소 원만해질 것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양사 2030년 기준으로 통합 시너지 효과만 EBITDA(상각전 영업이익) 2조1000억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으며, 전체 EBITDA는 2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과거 10년의 세전이익 변동폭을 분석한 결과, 합병회사의 세전이익 변동폭은 215%에서 66% 수준으로 대폭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형욱 SK E&S 사장은 "이번 합병으로 양사 모두 기존 사업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미래 에너지 핵심 사업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SK E&S는 합병을 통한 시너지를 바탕으로 기존 4대 핵심사업 중심의 그린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해, 미래 에너지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SK그룹은 양사의 에너지 부문 동반성장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등을 중심으로 석유 탐사, 정유, 석유 화학 제품 생산 등을 담당하는 에너지 기업이다. SK E&S는 발전 사업을 주력으로 하며 천연가스, 재생에너지와 청정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합병회사는 석유화학, 천연가스, 도시가스, 전력, 재생에너지, 배터리, ESS(에너지저장장치), 수소, SMR(소형모듈원전), 암모니아, 액침냉각 등 △에너지원 △에너지 캐리어 △에너지 솔루션 등 모든 영역에서 포트폴리오 구축하게 돼 지속적인 성장의 기반을 갖추게 된다. 글로벌 석유 메이저 회사들도 최근 다양한 인수·합병을 통해 에너지 사업 전반의 균형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 추세다.
 
아울러 합병회사는 에너지 사업이나 전기화 사업 모두에서 자산과 역량을 통합하게 됨에 따라 본원적 경쟁력과 수익성이 강화된다. 예컨대 SK이노베이션의 원유정제, 원유·석유제품 트레이딩, 석유개발사업과 SK E&S의 가스개발, LNG 트레이딩, 복합화력발전의 경우 자원개발 역량이 결합돼 탐사·개발 경제성과 수익성이 높아지고, 선박·터미널 등 인프라를 공동 활용으로 운영 최적화가 가능해진다.

양사가 추진해온 전기화도 한층 탄력 받을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래 에너지 사업으로 전기차 배터리, ESS, 열관리 시스템 등을 추진해왔고, SK E&S는 재생에너지, 구역 전기사업 등 분산전원, 수소, 충전 인프라, 에너지 솔루션 등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는 점에서 합병회사는 양사가 보유한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신규 시장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

한편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녈, SK엔텀 등 3사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3사간 합병을 의결했다.

이번 3사간의 합병으로 SK온은 원소재 확보 경쟁력 및 사업 지속가능성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또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리튬, 니켈 등 광물 트레이딩 분야로의 신규 진출을 통한 미래 성장 동력 확보함과 동시에 SK엔텀의 합병으로 트레이딩 사업에 필요한 저장 역량을 확보하게 됐다. 무엇보다 이번 3사간 합병은 트레이딩 사업과 탱크 터미널 사업에서 나오는 5천억원 규모의 추가 EBITDA를 기반으로 수익 구조를 개선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