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배출량, 2030년 목표달성 어려워…"은행 온실가스 감축 노력 필요"

2024-07-17 12:00
한은 지속가능성장실, 금융배출량 'BOK 이슈노트' 발간
은행 11곳, 2030년 중간목표 수립…금융배출량 35% 감축
산업별 온실가스 감축되면 2030년까지 최대 26.9% 줄어
"중간목표 달성 위해 관리지표 다양화 등 노력 필요"

[표=한국은행]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기업신용 부문)이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의 여파로 2021년 이후 점차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은행들의 적극적인 감축 노력이 동반되지 않을 경우 2030년 금융배출량 중간 목표(35% 감축)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배출량은 금융기관들의 탄소 배출 감축 노력을 측정·평가하는 핵심지표로, 금융기관이 신용대출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에 간접적으로 기여한 부분을 의미한다. 관리지표를 다양화하고 녹색투자 유인을 제고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국내은행 금융배출량 2년째 감소···정부 에너지 정책 영향
17일 한국은행 지속가능성장실이 발간한 'BOK 이슈노트-최근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 관리현황 및 정책적 시사점'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전체 20개 국내은행 중 13곳이 2050년까지 금융배출량을 넷제로(Net-Zero·탄소중립)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선언하고 감축 전략을 자율 공시하고 있다.

11곳은 2030년 중간목표를 수립했고 9곳은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한 상태다. 다만 금융배출량 측정 방법이 아직 개발 단계에 있어 공시 정보의 시점·은행간 비교가 어려운 실정이다.

보고서는 이를 점검하기 위해 탄소회계금융협회(PCAF)의 방법론을 활용해 기업대출·채권·주식 등 3가지 자산군에 대한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 수준과 변화 추이를 자체 추정했다.

그 결과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은 2023년 기준 1억5700만톤 수준인 것으로 추정됐다. 2021년 1억6800만톤을 기록한 이후 2022년(-0.7%)과 2023년(-5.8%) 2년 연속 감소했다.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추정치에서 국내은행 금융배출량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22.5%에서 2023년 21.9%로 하락했다.

보고서를 집필한 박상훈 한은 지속가능성장연구팀 과장은 "2023년 발전 및 요식업의 금융배출량이 전년 대비 크게 감소했다"며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발전 부문을 중심으로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중간목표 도달에는 미약···관리지표 다양화·녹색투자 유인 필요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대로 산업별 온실가스 감축이 실현될 경우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은 2030년까지 1억2190만~1억2230만톤(t)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이는 2019년 대비 26.7~26.9% 수준으로 감축되는 것이다.

박 과장은 "정부의 NDC 목표에 따라 국내은행 금융대출량은 일정 수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금융기관들이 설정한 35% 감축에 도달하기에는 미약한 상태"라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제조업의 비중이 높아 국내은행들의 금융배출량을 단기간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감축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의무적으로 탄소배출량을 감축해야 하는 배출권거래제·목표관리제 적용대상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온실가스를 감축하고자 하는 유인도 적다. 인프라가 부족해 녹색금융상품 취급을 통한 금융배출량 감축 전략도 본격화되기 어렵다.

박 과장은 "공시된 금융배출량 목표와 실제 배출량이 크게 다를 경우 법적·평판리스크에 노출되거나 글로벌 투자자금 이탈로 경쟁력 저하에 직면할 소지가 있다"며 "은행이 차주의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을 유도하고 금융배출량 감축 중간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추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배출집약도·탄소상쇄량 등 관리지표를 다양화하고 기업의 녹색투자 유인을 제고해야 한다"며 "기후공시 및 녹생금융을 표준화하는 개선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