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가맹사업, 業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
2024-07-16 05:00
가맹사업의 본질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설시한 바 있다. "가맹사업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 사이의 상호 의존적 사업 방식으로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가맹점사업자의 개별적인 이익 보호와 가맹점사업자를 포함한 전체적인 가맹조직의 유지·발전이라는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즉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가 상호 의존적 또는 동반자적 관계에 있다는 점이 가맹사업을 다른 산업과 구분 짓는 본질적 특징으로 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가맹사업에서는 본부와 점주 간 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가맹본부의 주된 수익구조가 다른 선진국처럼 가맹점주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수취하는 형태가 아니라 가맹점에 필수 품목을 공급하면서 유통 마진을 수취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러한 수익 구조는 동반자적 관계에 있어야 하는 가맹사업을 대립적·이해충돌적 관계로 변질시키는 문제를 가져온다. 로열티 모델에서는 가맹본부의 수익 증대를 위해 가맹점주의 매출 증대가 필수적이지만, 유통 마진 모델에서는 가맹점주의 이익을 희생해 가맹본부의 마진을 늘리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맹본부는 필수 품목을 최대한 많이 지정하고 비싸게 공급하려는 유인을 갖게 되고 결국 가맹사업이 제로섬 게임으로 변질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 작용한다.
한편 이러한 문제는 필수 품목과 관련한 가맹본부의 불합리한 거래 관행으로 인해 더욱 증폭되고 있다. 필수 품목은 가맹점주가 지정된 가격으로 의무 구입해야 하는 품목인 만큼 이에 대한 거래 조건은 가맹점주 경영 여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조건이다. 대다수 가맹본부들은 필수 품목의 종류가 무엇이고, 가격은 어떻게 산정하는지를 계약서에 기재하지 않는다. 가맹본부가 계약기간 중 일방적으로 품목을 추가하거나 가격을 인상하더라도 가맹점주는 계약을 통한 권리 구제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불합리한 거래 관행을 개선하고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공정위는 가맹사업법을 개정해 필수 품목의 세부 내역과 공급 가격 산정 방식을 가맹계약서에 의무적으로 기재하도록 했다. 개정법은 지난 7월 3일부로 시행됐으며 관련 내용이 계약서에 충실히 기재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집중 상담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또 공정위는 가맹사업법 시행령을 개정(12월 3일 시행)해 가맹본부가 필수 품목 거래 조건을 점주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사전에 협의를 거칠 의무를 부여했다. 기존에는 필수 품목 거래 조건이 계약서에 제대로 기재되지도 않고 가맹본부가 일방적으로 조건을 변경할 수 있었다면 앞으로는 관련 조건이 계약서에 충실히 기재되고 점주와 협의를 거쳐 이를 변경할 수 있도록 거래 관행이 개선되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제도 개선으로 가맹본부의 과도하고 일방적인 필수 품목 지정과 가격 인상이 제한돼 가맹점주의 경영 여건이 개선되고 유통 마진 중심의 수익 구조가 로열티 중심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우리나라 가맹사업이 '상호신뢰를 통한 동반자적 관계'라는 업의 본질을 회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자영업 폐업률이 상승하고 있는 요즘 가맹사업이 영세 자영업자들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업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계약서 작성 및 건전한 협의 문화 정착이라는 거래 관행 조성이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