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강남역 2m 로봇 출현'…테헤란밸리 과학축제 가보니

2024-07-11 17:09
한국과학기술회관·강남스퀘어서 8~11일 진행
로봇 강아지, 드론 스포츠, AI 작곡가 등 즐길거리
"멀게만 느껴진 과학이 일상 속으로"

10일 서울 강남구 강남스퀘어에서 로봇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사진=박상현 기자]

'강남역 한복판에 2m 크기의 로봇 둘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한 아이가 다가와 로봇에게 손을 흔들자 로봇도 손짓에 맞춰 오른팔을 흔든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 나온 장면이 아니다. 최근 진행된 어느 축제의 한 모습이다. '테헤란밸리 과학축제'다.

11일 한국과학기술사업총연합회(과총)와 강남구청이 함께 개최한 제1회 테헤란밸리 과학축제가 막을 내렸다. 축제는 지난 8일부터 이날까지 4일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과 강남역 11번·12출구 사이에 마련된 강남스퀘어에서 진행됐다.

전날 오전 강남스퀘어에서 김창희씨(45)는 "어제 강남역을 지나다 로봇과 드론 등을 활용한 놀거리가 있는 축제를 보고 오늘 딸과 함께 이곳을 찾게 됐다"며 "어렸을 때 로봇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는데, 딸은 진짜 로봇과 악수하는 걸 보니 재밌으면서도 세상이 빠르게 변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부스 안에선 로봇 강아지가 앞발을 흔들며 재롱을 피우고 있었다. 리모콘으로 원격 조종되는 로봇 강아지 앞에서 아이는 괜스레 엄마 뒤로 숨었다. 엄마가 개의 앞발을 만져주자 그제야 아이는 두려움을 이겨낸 채 앞으로 나와 머리를 쓰다듬었다.

부스를 운영한 임양성 팀그릿 영업팀장은 "사람의 손모양을 실시간으로 따라하는 로봇 팔도 잇지만 조금 더 귀여운 로봇 강아지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로봇 강아지가 특히 산업현장에서 활용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공장 설비를 24시간 관리할 때 폐쇄회로(CC)TV는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바퀴형 로봇은 장애물로 움직이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면서 "사족 보행하는 로봇은 위에 카메라만 얹어 놓으면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공장 전체를 볼 수 있으니, 효율적이다"라고 설명했다.
 
10일 강남스퀘어의 한 부스에서 로봇 강아지가 앞발로 재롱을 피우고 있다. [사진=박상현 기자]

반대편 부스엔 드론을 이용한 스포츠 경기가 열렸다. '팝드론 빙고 게임'이다. 양 선수가 육각형 케이지에서 드론을 조종한다. 경기장 바닥엔 '3X3 발판'이 있는데, 드론을 낙하해 발판에 충격을 주면 불빛이 변한다. 많은 빙고를 기록한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기자가 야구 모자를 쓴 박모씨(63)와 함께 직접 게임을 즐겨 봤다. 유년시절 동네 오락실에서 이름을 날린 바 있는 만큼 호기롭게 조이스틱을 받아들었지만 기자의 드론은 이리저리 벽에 부딪히기 일쑤였다. 스틱 좌측은 드론의 상하 움직임을, 우측은 좌우를 제어하는데 이를 인지한 채 조종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기자는 박모씨에게 졌다. 박모씨는 기자에게 "천천히 조금씩 작동하다 보면 방법을 깨우치게 된다"고 깊은 조언을 건넸다.
 
기자(좌)가 드론스포츠 팝드론을 즐기고 있는 모습 [사진=박상현 기자]

이후 기자는 한국과학기술회관으로 향했다. 시원한 에어컨 공기가 밖에서 흘린 땀을 식혀줬다. 그곳엔 △인공지능(AI)이 작곡하는 나만의 곡 △AI 분석 나만의 향수 추천 △표정 목소리 분석 AI 음악 추천 등 체험거리가 전시됐다.

이봄(EvoM)은 사람과 대화하며 어울리는 곡을 즉석에서 작곡해 준다. '오늘 기분은 어때?' 와 같은 질문을 나누며 참가자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AI로 참가자의 상태를 추론한다. 이를 통해 곡에 대한 방향성을 잡고 실시간으로 1분 길이의 곡을 작곡한다.

기자가 이봄에게 "재밌는 체험을 해서 기분이 좋아"라고 답하자 이봄은 곧바로 산뜻한 봄바람이 느껴지는듯한 음악을 작곡해 줬다. 비어 있는 빨간 피아노의 건반이 저절로 음악에 맞춰 움직인다. 제작 관계자는 "이봄은 작곡의 기초가 되는 '화성학'이나 기본 멜로디 등을 학습해 감정에 따라 실시간으로 멜로디를 창작한다"고 전했다.
AI 작곡가 이봄(EvoM)이 작곡한 뒤 빨간 피아노에서 노래가 나오는 모습 [사진=박상현 기자]
이봄 반대편엔 AI 분석 나만의 향수 추천 코너가 있었다. 키오스크처럼 생긴 인터페이스 화면에 MBTI를 입력하면 AI가 육성으로 향수 취향·사용 시기 등을 묻는다. 이를테면 '은은한 향수와 강한 향수 중 어느 것을 좋아하시나요', '주로 언제 향수를 사용하시나요'와 질문이다. AI는 대답을 듣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향수 데이터를 활용해 이용자가 좋아할 법한 향수를 추천해 준다.

참가자 김모씨(32)는 "개인적으로 취향이 까다로운 편이라 향수를 고를 때 애를 먹었는데 이번에 AI가 추천해주는 향수의 향을 맡아보니 내 스타일이었다"라며 "이런 서비스가 조금 더 많이 생겨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