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뺑소니 혐의로 기소된 트로트 가수 김호중씨(33)가 혐의 인정 여부를 다음 재판으로 미뤘다. 다만, 함께 기소된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 측은 혐의를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최민혜 판사)은 10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씨와 범인도피교사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이광득 생각엔터테인먼트 대표(41) 등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재판 직전 법정 앞은 김씨 팬들로 빼곡했다. 이날은 별도 방청권 배분 없이 선착순 입장만 허용됐다.

김씨는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했다. 김씨가 입정하자 방청석 곳곳에서 탄식과 흐느낌이 들리기도 했다. 김씨 부모는 이날 재판 현장에서 "우리 애가 잘못한 거 맞다. 겁이 많아서 그렇다"며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측 변호인은 아직 사건 기록 열람등사를 하지 못해 2차 공판기일에 혐의 인정 여부를 밝히기로 했다.

이 대표와 소속사 본부장 전모씨(39), 김씨 매니저 장모씨(39)는 혐의를 인정했다. 세 사람 변호인은 "저희 피고인들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2차 공판기일을 오는 8월 19일로 지정했다.

김씨는 지난 5월 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음주 상태로 마주 오던 택시를 들이받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고 직후 도주한 김씨 대신 매니저 장씨는 먼저 경찰서를 찾아 자신이 운전했다고 허위 자백하며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했다. 김씨는 잠적했다가 17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에 출석해 운전 사실을 인정했다.

김씨는 당초 음주 운전은 부인했지만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통해 음주 정황이 드러났다. 또 사고 후 캔맥주 4개를 구매한 사실이 드러나자 '사고 후에 마신 알코올이 남은 것'이라며 음주 운전 혐의를 부인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씨는 결국 사고 열흘 만에 입장을 번복하고 사과했다. 다만 검찰은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위드마크 공식으로는 사고 당시 김씨 음주 수치를 정확하게 특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사법 방해로 인해 공식에 따른 음주운전으로는 처벌할 수 없게 됐다"며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하지 않았다. 

장씨는 사고 직후 혈중알코올농도 0.103%인 주취 상태로 사고 차량을 운전한 후 새벽 2시께 파출소에 허위 자수한 혐의(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방조·범인도피)다.

이 대표와 전씨는 사고 직후 김씨 대신 장씨가 경찰에 자수하도록 한 혐의(범인도피교사)를 받는다. 이 대표는 사고 약 일주일 뒤인 5월 16일 장씨에게 김씨가 도피 차량으로 사용한 승합차에 설치된 블랙박스 저장장치(블랙박스) 제거를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받고 있다.

전씨는 사고 직후  사고 차량 블랙박스를 제거한 뒤 술에 취한 장씨에게 사고 차량 키를 건네고 장씨가 운전하는 차량에 동승한 혐의(증거인멸·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방조)가 적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