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장가계가 질렸다면? 이제는 옌청이다!"

2024-07-10 16:19
보물 같은 도시 옌청의 매력에 빠져보자
2017년 이후 활발한 한중 경제협력 이뤄져

지난 5월 서울에서 성공적으로 열린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양국 간 인적 교류 활성화에 대해 높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중국을 직접 생생하게 체험하는 한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인의 '효도관광' 명소인 장가계와 베이징, 상하이등 한국에 널리 알려진 명소 외에 장쑤(江蘇)성에 위치한 작은 도시도 한국과 인연이 깊지만 안타깝게도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다. 바로 '소금'으로 이름 붙여진 도시인 옌청(盐城)이다.

 
한중(옌청) 산업단지 입구[사진=옌청시 경제기술개발구]

 
한국 기업들의 새로운 기회의 땅

 중국 정부는 지난 2017년 있었던 한중 양국 정상간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중국 국무원 승인을 받아△양쯔강 삼각주 경제권에 위치한 옌청시△환보하이(环渤海) 경제권에 위치한 산둥성 옌타이시△주강 삼각주 경제권에 위치한 광둥성 후이저우시에 한중 산업단지를 설립하고 한국의 새만금과 함께 4개의 한중 산업 협력 창구를 구축했다.
 
7년의 발전 끝에 한중(옌청) 산업단지는 많은 성과를 거뒀으며, 현재 단지에 약 1000개의 한국 기업이 입주해 있다. 총 투자액은 130억 달러(약 18조원)를 넘었고, 한국과의 수출입은 연평균 20% 이상의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로써 한국은 옌청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자 외자 유치 공급처가 됐다.
 
현재 한중(옌청) 산업단지에는 위에다기아(悦达起亚), SK온, 모비스 등 한국 대표 기업들이 다수 입주해 있다. 그 중 SK온 배터리 옌청 기지의 누적 투자 규모는 45억4000만 달러로, 최근 장쑤성에서 가장 큰 외국인 투자 프로젝트가 됐다.
 
SK온(옌청) 배터리 생산기지[사진=옌청시 경제기술개발구]

2000년대 초반부터 장쑤성에 둥지를 튼 기아차는 현지 조사를 통해 옌청을 택해 한중 합작 대형 자동차업체인 위에다기아를 설립했고, 2002년 첫 합작 모델인 '천리마'를 출시했다. 기아차가 정착한데 이어 부품 기업들이 잇따라 입주해 2010년과 2014년에는 위에다기아 2·3공장이 연이어 완공돼 가동에 들어갔으며, 현재 위에다기아는 3900명의 직원을 두고 세단, SUV, MPV 등 승용차 전 라인업을 생산 중이다.
 
최근 몇 년간 옌청시는 한국의 울산광역시 남구, 전라북도 남원시, 경기도 구리시와 차례로 우호 관계를 맺고 있으며, 양측의 인적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기업 직원 거주 단지[사진=옌청시 경제기술개발구]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작은 한국’

한국 기업들이 앞다투어 옌청에 둥지를 틀면서 '차이나드림'을 꿈꾸는 1만여명의 한국인들이 이곳에서 '신옌청(新盐城)인'이 되고 있다. 거리 곳곳에 한글로 된 간판들이 눈에 띄며 외식, 오락, 쇼핑, 레저에 이르기까지 한국인들의 현지 생활에 전혀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살기 좋은 도시다.
 
옌청에는 직장을 다니거나 창업한 한국인들이 안심하고 편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한중문화 공간, 한중영빈원, 한중상회, KK-Park 동대문 한중거리 등 다양한 부대시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한중(옌청) 산업단지 내 옌청국제학교는 옌청시 정부가 지정한 유일한 외국인 주민 자녀 학교로,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온 약 100명의 학생들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15년간 일관되고 차별화된 교육을 받고 있다.
 
봉의호(鳳依湖) 호숫가에 자리잡은 한중문화 공간[사진=옌청시 경제기술개발구]

봉의호(鳳依湖) 호숫가에 자리 잡은 한중문화 공간은 옌청시의 랜드마크 건물로, 한중문화 교류 활성화를 위한 한국생활관, '문화주유소' 등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이곳에서는 한국문화의 달, 한중예술전시회 등 행사가 성공적으로 개최되며, 한중청년교류회 등도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KK-Park 동대문 한중거리 입구[사진=옌청시 경제기술개발구]

지난 2022년 개장한 KK-Park 동대문은 '작은 서울'이라고 불릴 만하다. 한국식 고깃집, 카페, 분식집, 콘텐츠 굿즈 가게들이 즐비하며, 문화생활이 24시간 이어지는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 삼겹살을 먹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의 여유를 즐긴 뒤, 오션베이에서 옌청 전통 공연을 감상한다면 이보다 더 여유로울 수는 없다.
 
KK-Park 동대문 한중거리 내 상가들의 모습[사진=옌청시 경제기술개발구]

 
독보적인 절경과 동물의 왕국

한국 기업의 투자 인기 지역 외에도, 옌청시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황(발)해 철새 도래지로 유명하다. 이 도시는 중국 국가 5A급 관광지인 중화미록(麋鹿)원을 비롯해 다양한 관광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힌다.
 
옌청시에 위치한 황해습지[사진=옌청시 정부 신문판공실]

 
옌청시는 습지 자원이 매우 풍부한 도시로, 갯벌 습지, 호수 습지, 하천 습지, 그리고 인공 습지 등 다양한 습지가 분포해 있으며 장쑤성 전체 습지 면적의 27.26%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옌청 황해 습지는 태평양 서안과 아시아 대륙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가장 넓고 잘 보호된 해안형 습지로, 넓은 갯벌을 자랑한다. 이곳은 중국 최초의 연안습지 유형의 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조간대 습지 유산인 황해 철새 도래지를 포함하고 있어, 이동하는 수조류들에게 풍부한 먹이 자원을 제공한다. 또한 넓적부리도요, 두루미 등 희귀 멸종위기 철새를 보호하는 중요한 자연 서식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옌청시 대펑구에 위치한 '미록 국가급 자연 보호구'[사진=옌청시정부 신문판공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미록은 사슴과에 속하는 희귀한 포유동물로, '사불상'(四不像)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별칭은 머리는 말, 뿔은 사슴, 발굽은 소, 꼬리는 당나귀를 닮았다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미록은 자이언트 판다와 함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옌청시 다펑구(大丰區)에 위치한 '미록 국가급 자연 보호구(麋鹿國家級自然保護區)'는 세계 최대의 미록 보호 지역으로, 전 세계 개체수의 70%가 이곳에 서식하고 있다. 매년 6월부터 8월까지 번식기에 '미록 왕 쟁탈전'이 펼쳐지며, 최종 우승한 수컷만이 교배권을 갖고 최대 200마리 이상의 암컷을 거느린다. 쟁탈전은 각 지역 방송국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다.
 
옌청시에서 볼 수 있는 넓적부리도요의 모습[사진=옌청시정부 신문판공실]

 
현재 한국과 옌청과의 거리는 옌청 난양국제공항과 인천국제공항 간 직항 노선으로 약 1시간 35분 만에 이동이 가능해 영화 한 편을 채 다 보기도 전에 도착할 수 있다. 옌청은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모습으로 한국인 관광객과 투자자들을 환영하고 있다. 이 '보물 같은 작은 도시'가 더욱 널리 알려져 앞으로도 한중 우호 교류의 모범도시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하며 한국으로의 귀로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