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불 켜진 딜링룸 열흘] [인터뷰] 19년차 베테랑 딜러 "진짜 트레이드 기회, 거래량 20% 늘 것"

2024-07-11 05:00
이달 1일부터 외환시장 새벽 2시 연장 개방
NDF 거래분 유입에 일평균 거래량 10% 증가
환율 고시 등 시장 조성 역할 중요성 높아져
새벽 시간대 변동성 활용, 국내 투자자에 이점

"트레이더 입장에서는 새벽 시간대에 직접 거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건 좋죠. 그만큼 고객 입장에서는 터질(차익 확대) 기회가 확대됐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지난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사 딜링룸에서 만난 유명곤 외환파생상품운용부 차장은 외환시장 연장 개방에 대한 장점을 이같이 설명했다. 주요국 국채 금리 등 새벽 시간대에도 움직이는 변수들을 잘 활용하면 거래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유명곤 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운용부 차장 [사진=장선아 기자]
베테랑도 설렌 외환시장 개방···"시장 조성 역할 중요"
유 차장은 2006년 입행한 뒤 세일즈·트레이딩 분야에서 두루 경험을 쌓은 베테랑 FX딜러다. 지금은 외환파생상품운용부에서 원·달러 스폿과 원·위안 스폿 거래를 담당하고 있다. 올해로 19년 차인 그도 새벽 시간대에 외환 거래를 하는 건 첫 경험이다. 국내 외환시장은 지난 1일부터 거래 시간이 오후 3시 30분에서 다음날 새벽 2시까지로 연장됐다.  

유 차장은 거래 시장 연장 후 거래량이 확실히 늘었다고 했다. 종전에 100억 달러 안팎이던 하루 평균 거래액이 110억 달러 정도로 늘었다. 그는 "오후 3시 30분 이후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거래되던 건이 유입되면서 거래량도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하나은행 야간 데스크는 오후 5시 30분부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출근 후 업무를 인계받고 새벽 2시 30분께 퇴근하는 방식이다. 야간 데스크는 운용부 2명, 영업부 1명, 플랫폼부 1명, 결제부 2명 등 총 6명으로 꾸려졌다. 전체 외환파생상품 관련 인력(약 70명) 대비 10% 수준이다. 보통 한 달에 한 번꼴로 야간 당번을 맡는다.

시장 개방 확대 첫 주에 야간 데스크를 맡은 유 차장은 트레이드 딜러로서 시장을 조성하는 역할을 맡은 데 대해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스폿 거래 외에도 이종통화거래 등 원화를 대가로 할 수 있는 거래가 다양해졌다"며 "환율 고시, 고객 거래 등 야간에도 주간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야간 시간대 환율 고시는 한국에 투자하려는 해외 투자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국내 투자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그는 "기존에 국내 투자자들은 거래 없이 은행이 고시한 환율에 의존해 거래를 해왔다"며 "이제는 시장 변동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환율을 기반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장선아 기자]
 
"RFI 유입되면 거래량 증가, 24시간 개방 양면성 있어"
유 차장은 야간 시간대 환율 변동성 확대가 꼭 부정적인 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지난 5일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치보다 조금 높게 나오면서 1시간 만에 미국 국채 금리가 빠지고 1380원이던 환율도 1385원까지 올랐다"며 "고객들이 이런 변동성을 활용해 새벽에 매도·매수 주문 기회를 접하는 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해외외국환업무취급기관(RFI) 참여가 저조한 건 개선돼야 할 점이다. 유 차장은 "RFI는 일단 모니터링을 하다가 시장이 정비됐다고 판단되면 들어올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야간 시간대 거래량이 지금보다 10~20%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의 중장기 국정 과제인 '외환시장 24시간 개방'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고 봤다. 

유 차장은 "국제적 시장이 되려면 원화 차입이 자유롭게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은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외환시장 개방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매수·매도가 단단해져 오히려 변동성을 줄이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벽 2시까지 연장되면서) 런던에서 플레이하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문이 열린 셈이지만 24시간 개방되면 전 세계 투자자가 모두 뛰어들 수 있어 외환시장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진다는 의미를 지닌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