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김여정 尹 탄핵 청원 거론에 "내정 간섭…매우 유감"

2024-07-08 18:11
통일부 "민생 외면하고 인권 억압하는 자신 먼저 돌아봐야"
대내 매체에도 담화 공개…전문가 "체제 우월성 선전 의도"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이 지난달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 살포 오물 분석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청원을 거론한 데 대해 정부가 "내정 간섭"이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우리 국가 원수를 비난하는 등 우리 내정에 간섭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우리 사회의 국론 분열을 꾀하려는 북한의 시도는 결코 통하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은 핵·미사일 도발로 스스로 국제 사회로부터 고립을 자축하며 북한 주민들의 민생을 외면하고 기본적 인권을 억압하는 자신의 모습을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이날 오전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 담화에서 우리 측이 해상과 육상 접경지대에서 재개한 포사격 훈련을 두고 "자살적인 객기"라고 비난하며 윤 대통령이 국내 정치 상황 때문에 전쟁 위기를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자 수가 100만명을 돌파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최악의 집권 위기에 몰린 윤석열과 그 패당은 정세격화의 공간에서 '비상탈출'을 시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역에서 끊임없이 안보 불안을 조성하고 전쟁 분위기를 고취하며 나중에는 위험천만한 국경 일대에서의 실탄 사격훈련도 서슴지 않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라는 자가 대한민국의 운명을 칠성판(고문을 위한 도구)에 올려놓았다"고 비난했다.

이번 담화는 대내 매체인 노동신문 4면에도 실렸다. 이는 북한 주민들에게도 남측의 정치 상황을 전해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인민의 지지를 받는 김정은 중심의 북한과 탄핵 목소리가 커지는 윤석열 정권을 대비시켜 체제 우월성을 선전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 또한 "인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내용을 공개해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고, 향후 벌어지는 남측 집권 세력의 국내 정세 전환을 위한 '비상탈출'용임을 선전하며 대내 결속을 도모하는 취지"라고 평가했다.

한편 우리 군은 지난 2일 군사분계선(MDL) 이남 5㎞ 이내 사격장에서 포병 실사격 훈련을 재개했다. 이는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로 중단된 이후 6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