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승차감+하차감+운전하는 재미, 거를 타선 없이 완벽한 GV70...단점은 가격?

2024-07-08 11:28

GV70 부분변경 스포츠 패키지 모델 전면, 후면 이미지 [사진=제네시스]

# 잘생긴 얼굴과 탄탄한 몸, 거기에 능력까지 다 갖췄다. 겉으론 시크하고 과묵한데 속살을 한 겹 벗기면 나한테만 한없이 다정하다. 여성이라면 모두가 이상형으로 꼽지만 정작 현실 속에는 절대 만날 수 없는 이무기(전설 속 동물) 같은 남자. 이런 사람이 내 남자가 된 게 이런 기분일까? 부분변경을 마친 제네시스 GV70의 첫인상, 그리고 이 차를 직접 몰고 서울~경기도 시흥 80㎞ 구간을 달려본 소감이다.
 
GV70 스포츠 패키지 외관 [사진=제네시스]

2020년 처음 출시돼 지난 5월 부분변경을 끝낸 제네시스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GV70을 먼저 만났다. GV70은 출시 약 4년 6개월 만에 글로벌 누적 20만대 판매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번에 시승한 GV70은 약 3년 4개월 만에 선보이는 부분변경 모델로, 가솔린 3.5 터보 스포츠 패키지 풀옵션이다.
 
일단 외관은 제네시스의 디자인 철학인 '역동적인 우아함'을 바탕으로 부드러운 곡선미를 자랑하면서도 고급스럽고 단단한 묵직함이 느껴졌다. 전면부의 크레스트 그릴은 이중 메시 구조로 기존보다 정교해졌으며, 제네시스의 상징인 '눈(두 줄의 헤드램프)'은 초정밀 기술로 광량이 풍부해져 빛이 훨씬 선명해졌다.
 
매트한 블랙 컬러의 하드웨어는 제네시스의 절제된 고급스러움을 한층 배가시켰다. 문을 열자 화이트 베이지 시트에 쨍한 오렌지 컬러가 포인트로 배색된 내장재가 눈에 띄었다. 화사한 실내 공간 분위기 덕분에 마치 자동차가 아닌 햇볕이 잘 들어오는 응접실 한가운데 와있는 기시감이 들기도 했다. 특히 제네시스의 상징인 '단청 오렌지' 컬러의 안전벨트는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를 연상케 해 제네시스의 고급스러움을 폭발시킴과 함께 또 한 번 '심쿵'하게 하는 포인트였다. 
 
운전석에 착석하자 운전대 바로 뒤편에 놓인 27인치 통합형 와이드 디스플레이가 눈에 띄었다.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합쳐 좌우로 길게 뻗은 대형 화면은 주행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직관적으로 띄웠다. 화면이 커 내비게이션이나 차량 제어는 간편하게 할 수 있었던 반면 핸들에 가려 사각지대가 생기는 부분은 아쉬웠다.

이 밖에 도어트림 상단부에서 센터페시아로 이어지는 무드 램프, 크리스털 디자인의 전자식 변속 다이얼, 투톤 색상의 신규 스티어링 휠 등도 제네시스가 얼마나 내장 고급화에 힘썼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안전벨트와 핸들 높이가 운전자의 체형에 따라 자동으로 세팅되는 경험도 브랜드 프리미엄을 돋보이게 했다.
 
GV70 스포츠 패키지 부분변경 실내 이미지 [사진=제네시스]

주행 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SUV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정숙한 승차감이다. 능동형 소음 제어 기술과 이중접합 차음 유리를 적용해 시속 100km 이상 달려도 속도감이 감지되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다. 뱅앤올룹슨 고해상도 사운드 시스템은 실내 곳곳에 설치된 센서와 마이크를 통해 노면 소음을 분석하는 동시에 반대 소리를 스피커로 송출한다. 귀가 민감한 편이어서 그런지 일반 차량에서 느끼는 소음 수준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였다. 음악을 틀자 뱅앤올룹슨 특유의 '방방' 뛰는 바운스가 리얼하게 느껴져 자동차가 아닌 공연장에 와 있는 것과 같은 기쁨을 제공했다. 청각적 황홀함은 대형 디스플레이가 주는 시각적 즐거움과 함께 어우러져 운전하는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승차감, 하차감, 운전하는 재미 등 3박자를 모두 갖춘 이 차의 아쉬운 점은, 모든 고급 차량이 그렇듯 '가성비'다. 이번 시승 모델은 옵션인 파노라마 선루프, 뱅앤울룹슨 사운드 시스템, 헤드업 디스플레이, 디지털 센터 미러, 서라운드 뷰 모니터, 주차 충돌 방지 보조, 뒷좌석 통풍, 에르고 모션 시트, 전후방 충돌 방지 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옵션이 모두 포함된 제품으로 가격은 7000만원 후반대다. 
 
물론 옵션을 모두 빼면 5000만원(초반)대에 구매 가능하지만, 그럼 왠지 GV70의 즐거움을 완벽히 느낄 수 없을 것 같다. 가격을 따지면 반드시 패밀리카로 사용해야 하지만 2열의 좁은 공간감 때문에 4~5인 가족이라면 망설일 수 밖에 없는 지점이다.(본인은 좁다고 느끼지 않았지만, 공간감은 개인별 편차가 크기 때문에 직접 경험해보길 권한다.)

고속도로와 도심을 골고루 섞어 약 80km가량 주행 후 얻은 연비는 ℓ당 8.9~10.2km였다. 연비가 좋지 않다는 평가가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배기량이 큰 차량인 만큼 이 정도 연비는 합리적으로 느껴졌다. 여러모로 매우 잘 만든 차임은 확실하다.
 
GV70 부분변경 트렁크 크기(좌), 키 175cm 성인 남성이 착석하고 주먹 하나 정도 여유 공간이 남는 2열 시트 간격. [사진=한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