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차질' 언급한 삼성전자 노조...전영현 리더십 첫 시험대에
2024-07-07 18:01
파업 참가자 5000명 목표...실제 참여자는 미지수
강성 노조원 위한 혜택 요구에 일반 노조원 불만 커져
파업 자체가 반도체 경쟁력 리스크...전영현 수습 행보 이목 쏠려
강성 노조원 위한 혜택 요구에 일반 노조원 불만 커져
파업 자체가 반도체 경쟁력 리스크...전영현 수습 행보 이목 쏠려
7일 업계에 따르면 전삼노는 8일 오전 11시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H1 정문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연다. 1차 총파업은 오는 10일까지 진행하며, 사측이 노조에서 제시한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15일 이후에 2차 총파업을 지속할 방침이다.
전삼노는 삼성전자 내 5개 노조 가운데 최대 규모며, 지난 6월 29일 기준 삼성전자 직원 2만8397명이 가입했다. 삼성전자 전체 직원 12만4804명(2023년 말 기준) 중 22.75%에 달한다. 주로 지난해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 0%에 불만을 가진 DS부문 직원을 중심으로 결성됐다. 현재 DS부문 직원 수는 약 7만4000명이다.
전삼노는 △2024년 기본인상률 5.1%를 거부한 조합원 855명 대상 더 높은 임금인상률 적용 △경제적 부가가치(EVA) 대신 영업이익 기준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 개선 △전 직원 유급휴가 하루 부여 △무노동·무임금 총파업에 따른 조합원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을 요구했다.
전삼노 측은 이번 총파업에 조합원 약 5000명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참여자 수는 이보다 적을 전망이다. 가장 큰 이유는 HBM(고대역폭 메모리)·파운드리(위탁생산) 등에서 삼성전자 메모리 경쟁력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가 일부 강성 노조원만을 위한 추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구성원 공감대를 끌어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삼노 홈페이지 총파업 선언문에는 “굳이 임금 인상 대상을 가르지 않고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요구했어야 했다”고 지적하는 댓글도 달렸다.
전삼노는 반도체 생산 차질을 유발해 목표를 관철하겠다는 방침이다. 결국 총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 수가 많아야 가능한 계획이다. 참여 조합원 수가 목표치 대비 절반이 채 되지 않으면 향후 파업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전삼노가 지난해 8월 확보한 대표교섭노조 지위도 오는 8월 끝나는 만큼 파업권이 사라지기 전에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참여율과 별개로 총파업 자체가 D램·낸드·파운드리 등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게 문제라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일례로 기존 D램을 뛰어넘는 고부가가치 상품인 HBM과 관련해 경쟁사 SK하이닉스는 주 수요처인 엔비디아에 HBM3(4세대)에 이어 8단 HBM3E(5세대) D램을 납품하며 매출·영업이익을 끌어올리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납품을 위한 테스트만 기약없이 진행 중이다. 파운드리 사업은 대만 TSMC와 점유율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이를 좁히기 위해 HBM·최선단 공정·첨단 패키징(이종 반도체 결합) 등을 턴키로 제공하는 통합 AI솔루션으로 AI칩 팹리스와 빅테크를 고객으로 확보할 계획이지만 이를 알리는 자리인 '파운드리포럼'과 노조 파업 일정이 겹치는 황당한 일도 일어났다.
전 부문장은 지난 4일 HBM 개발팀을 신설하는 등 취임 후 첫 DS부문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회사 기강을 다지고 본격적인 반도체 위기 극복에 나섰다. HBM 개발팀은 HBM4(6세대) D램 기술 개발에 집중함으로써 SK하이닉스에 빼앗긴 D램 기술 리더십을 되찾아오는 게 목표다. 첨단 패키징(AVP) 개발팀도 전 부문장 직속으로 배치해 TSMC와 기술 경쟁에서 앞서나간다는 계획이다.
전 부문장 DS부문 조직 개편 마무리는 노조와 타협점을 찾으며 사내 문제를 모두 해소하는 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 시각이다. 전 부문장은 지난 1일 직접 전삼노를 만나 노사 합의점을 찾자고 설득했지만 노조가 이를 거부한 바 있다. 하지만 총파업에도 불구하고 노사 대화에 물꼬를 터 두겠다는 게 사측 방침인 만큼 전 부문장이 다시 노조를 직접 만나 합의점을 도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