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모비스·HD현대 노조도 파업카드 만지작...세불리기 전략에 한국 기업들 가슴앓이

2024-07-07 18:02

현대차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달 27일 오후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열린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HD현대중공업 등 범현대 그룹사도 노조 파업 압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측은 어려운 경영 여건을 반영해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노조 측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강경한 요구만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 출생) 은퇴로 노조 세력이 약화하는 상황에서 기존 노조가 정년 연장과 MZ세대(1981~2010년 출생) 포섭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 4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10일과 11일 각각 4시간씩 부분파업 돌입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 1일 열린 11차 교섭에서 기본급 10만6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등이 담긴 2차 제시안을 노조 측에 전달했지만 노조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15만90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상여급 900% 인상, 금요일 4시간 근무제, 정년 연장(64세) 등을 요구했다. 

현대모비스 노조도 이미 지난달 18일 5차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파업 찬반 투표를 통해 전체 조합원 중 95% 이상 파업 찬성을 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2사 1노조' 원칙에 따라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연쇄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HD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22일부터 24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노조가 강경한 행동에 나서는 배경은 '세 불리기' 일환이라는 분석이 많다. 임직원 중 노조 가입 비율이 낮아지면서 기업 내에서 노조 위상이 위축되자 이를 방어하기 위해 무리한 요구를 하며 세력 불리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현대차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국내 노조원 가입 비율은 59.9%로 처음으로 60% 밑으로 내려갔다. 2021년(66.3%) 이후 2년 연속 가입률이 하락세다. 같은 기간 노조 가입자 수 역시 4만7538명에서 4만4095명으로 3443명(7.2%) 감소했다.

이에 기존 노조는 정년 연장과 MZ세대 포섭을 통해 세력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우선 정년 연장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이 2033년 65세로 늦춰지면서 이와 연계해 60세인 정년을 최대 만 64세까지 연장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정년 연장 요구는 수년 전부터 있었으나 기존에는 임금 인상을 위한 전략적 카드 정도로만 써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노조 세력 유지 수단으로 쓰인다는 지적이다. 

MZ세대 포섭도 마찬가지다. 정년 연장 문제에 있어 기존 노조와 실리를 추구하는 MZ세대 사이에 갈등이 있는 만큼 금요일 4시간 근무제 도입과 성과급 인상 등을 강력히 주장해 이들 마음을 얻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노조가 정년 연장을 주장하면서 MZ세대 마음도 얻어야 하므로 사측과 협상할 때 더 강경한 주장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으로선 이런 노조 측 전략에 난감할 수밖에 없다. 파업이 현실화하면 생산 일정에 차질이 생겨 하반기 실적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KB증권이 2014~2018년 5년간 파업에 따른 현대차 생산 차질 규모를 분석한 결과 29만여 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현대차 노조 파업이 현실화하면 1조원 안팎에 달하는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만큼 노사가 힘을 합쳐야 할 때"라며 "기업과 대다수 근로자의 고통 분담 요구를 묵살하는 일부 노조의 강경한 요구는 결국 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사회적 지지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