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R·CCTV에 스키드마크까지?...시청역 사고 '급발진' 의문 '증폭'

2024-07-03 15:45

[사진=연합뉴스]


시청역 교통 사고로 인한 피해자가 16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피의자와 동승자 주장과 달리 급발진 주장을 반박하는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정용우 남대문 경찰서 교통과장은 3일 기자단 브리핑을 열고 "마지막 정차 지점에 스키드마크가 남아있는 것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스키드마크란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차량이 정지할 경우 도로 표면의 마찰력으로 인해 타이어가 녹아 도로 표면에 흡착되는 현상으로, 차량이 미끌어지면서 남긴 자국을 뜻한다. 따라서 피의자 차모씨의 주장대로 사고 원인이 급발진이었다면, 스키드마크가 남을 수 없다. 급발진 사고는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고, 무언가 충돌하면서 멈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브리핑 후 정 과장은 "스키드마크가 아닌 유류물 흔적이었다. 브리핑 발언을 정정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스키드마크가 유류물 흔적으로 발견됐지만, 차씨의 주장인 급발진을 반박할 정황은 다수 파악되고 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을 요청한 상태다. 통상 분석에는 1~2개월이 소요되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더욱 빨리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DR은 차량에 기록된 장치로, 가속페달(액셀)과 감속페달(브레이크) 작동 상황이 저장된다.

이날 연합뉴스는 경찰이 차씨가 액셀을 강하게 밟았다고 판단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미리 확보한 EDR을 자체 분석했다. 이 결과에서 가해자 차모씨가 브레이크가 아닌 액셀을 밟은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경찰이 주변 폐쇄회로(CC)TV를 살펴봤을 때 보조브레이크등이 점등되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보통 브레이크를 밟으면 브레이크등과 보조브레이크등이 켜지는데, 당시 차씨가 호텔 주차장을 나와 역주행할 당시에는 보조브레이크등이 미작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 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사항이다"라며 말을 아꼈다.

경찰은 EDR과 브레이크 등 기계 결함의 문제로 인해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염두해 차량과 블랙박스, CCTV 영상 등 국과수의 분석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섣부른 판단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가해자와 동승자는 사고 원인으로 '급발진'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운전 미숙'도 사고 원인으로 꼽혔으나, 차씨가 오랜 기간 운전을 해왔고, 시내버스 기사로 근무한 점을 감안할 때 이는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1일 오후 9시 27분께 발생한 해당 사고는 애초 9명의 부상자와 4명의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파악하지 못했던 부상자가 점점 늘어나며 현재는 사상자가 16명까지 증가했다. 경찰은 차씨에게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했다. 그의 갈비뼈 부상이 호전되면 본격 조사할 예정이다. 동승자인 아내도 필요하면 추가 조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