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없는 네이버의 추락… 국민연금만 4000억 손실

2024-07-04 06:00
라인야후 사태 불확실성이 발목
석달간 외국인·기관 7357억 순매도
6652억 사들인 개인·국민연금 손실
미국 상장 웹툰엔터 주가도 하락세

[그래픽=임이슬 기자]

네이버 주가가 계속 폭락하고 있다. '라인야후' 정보 유출 사태 후 3월 일본 총무성 개입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해 외국인·기관 투자자 모두 네이버 주식을 매도하고 있다. 뜻하지 않은 신저가 릴레이에 네이버 대주주인 국민연금은 4000억원 넘는 평가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 내놓은 호실적 전망이 무색하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는 4월 1일부터 이달 2일까지 네이버 주식을 각각 4066억원, 329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석 달 넘는 기간에 외국인·기관이 주식을 매도하며 네이버 주가는 19만4300원에서 15만9900원으로 17.7% 떨어졌다.

이 기간 네이버를 6652억원어치 사들인 개인투자자와 국민연금은 큰 손실을 보고 있다. 최근 공시 기준 국민연금은 네이버 주식 1336만6040주(지분율 8.23%)를 보유하고 있다. 주가 하락에 따른 기금 평가손실 액수가 4000억원을 넘는다. 

증권가에서는 네이버 목표 주가 하향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기존 목표주가 28만원을 24만원까지 내렸고 하나증권과 대신증권도 각각 24만원, 26만원으로 낮췄다.

실적은 양호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네이버의 2분기 연결 매출은 2조6511억원, 영업이익은 4454억원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 대비 10.1%, 19.5% 늘어난 수치다. 1분기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0.7%, 32.9% 늘어났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광고 업황 개선 신호가 없음에도 서치플랫폼 사업의 안정적 성장세가 긍정적"이라며 "콘텐츠 부문 손실 개선, 커머스 사업 수수료 소폭 증가, 본업의 견조한 이익 성장 가시성도 높다"고 평가했다.

증권가가 양호한 실적 평가와 달리 목표주가에 인색한 것은 네이버의 글로벌 시장 플랫폼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웹툰엔터테인먼트' 중심의 콘텐츠 사업과 일본 모바일 메신저 앱 '라인' 중심으로 추진한 디지털 금융 및 데이터·클라우드·인공지능(AI) 서비스 사업 등 두 글로벌 진출의 축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네이버는 '웹툰'이란 브랜드를 앞세워 미국 중심으로 글로벌 콘텐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나스닥에 웹툰엔터테인먼트를 상장했다. 하지만 시초가는 24.93달러, 종가는 23달러를 기록하고 이후 거래일마다 주가가 떨어져 2일(현지시간) 기준 20.07달러까지 내려갔다. 상장 전부터 제기된 외형 성장 둔화 흐름과 부족한 수익성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결과다.

상장 당일 NH투자증권은 "네이버웹툰은 한국, 일본에서 독보적 경쟁력이 있으나 2023년까지 영업적자가 지속돼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해 추가적인 자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프트뱅크와 공동 소유한 '라인야후'를 둘러싼 경영 불확실성도 크다. 라인야후는 '일본 국민 메신저'로 성공한 동명의 네이버 현지법인 라인(LINE)과 소프트뱅크의 일본 최대 검색 포털 운영사 '야후재팬'이 합병해 2021년 3월 탄생했다. 라인은 합병 전부터 네이버의 일본·동남아시아 주요국 시장 진출 거점으로 활용됐지만 일본 정부의 개입으로 네이버와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해 11월 라인야후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일본 총무성은 네이버와 '전산 업무 위탁 관계 종료'와 '자본관계 재검토'를 요구했다. 재검토라지만 시장에서는 네이버가 라인야후의 지주사 격인 A홀딩스 지분을 소프트뱅크에 넘기고 손을 떼라는 압력으로 받아들였다. 

결국 네이버는 지난 5월 10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A홀딩스 지분 매각 가능성을 포함한 대응 방안을 소프트뱅크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사업의 교두보로 삼은 라인야후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지난 1일 라인야후는 "양사는 협조적으로 대응해 왔으며 논의 진전을 위해 계속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각을 위한 논의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2일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라인야후 사태 증인으로 참석한 최수연 네이버 대표 역시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최 대표는 "라인야후 모회사 지분 매각은 단기적으로는 없겠지만 중장기 전략에 대해선 확답을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수십 년간 추진해 온 글로벌 사업 전략 근간이 뒤바뀔지 모르는 상황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