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실리콘 밸리식 개혁 필요… 금투세 소모적 논쟁 되상 돼선 안돼"

2024-07-03 09:30
"한국판 엔비디아 발굴 위해 부동산PF 등에서 탈피해야"
"금융투자상품 다양화 통해 투자자 선택 기회 확대 당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6.19[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일 열린 증권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기업지배구조 개선', '기업하기 좋은 환경 구축', '자본시장 세제 합리화' 등 특정 이슈가 이념이나 정파 간 소모적인 논쟁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제도 개선에 주어진 시간이 부족한 점을 들어 실리콘 밸리식 개혁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내놨다.
 
이날 이 원장은 간담회에 앞서 전한 인사말에서 "고금리·고물가 등 어려운 여건이 지속되고 있고 인구감소·고령화·기후변화로 장기 성장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운을 띄운 뒤 "자본시장 대(大)개혁을 통해 기업의 자금조달을 보다 원활하게 함으로써 혁신동력 확보를 지원하고 투자자가 과실을 최대한 향유하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상속세 완화를 비롯한 기업하기 좋은 환경 구축, 금융투자소득세, 배당세와 같은 자본시장 세제 합리화 등 제가 강조해왔던 자본시장 선진화 과제들은 종합적으로 논의되어야 하며 특정 이슈가 이념이나 정파 간 소모적인 논쟁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혁에는 진통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며 "어쩌면 실리콘밸리식 'Move Fast & Break Things(무언가 깨뜨릴 정도로 빠르고 과감하게 행동하여 낡은 것을 변화시킨다)'가 필요한 시기일지도 모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증권업계 주요 과제에 대한 당부의 말을 남겼다. 우선 이 원장은 "혁신기업 발굴과 모험자본 공급을 통해 기업의 밸류업을 이끌어나가 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는 한국판 엔비디아 발굴을 위해서는 그동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손쉬운 수익원을 찾았던 증권업계 영업관행이 바뀌어야 한다"며 "면밀한 검토 없이 따라하기식 투자결정으로 선량한 투자자의 피해를 유발했던 부동산·대체자산 위주의 쏠림에서 탈피해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인공지능(AI)·빅데이터를 비롯한 유망 산업의 혁신기업에 양질의 자금을 공급하는 '핵심공급자' 역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 원장은 자본시장이 기회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매력적인 투자환경을 조성해주시기 바란다고 제언했다.
 
그는 "금융투자상품의 다양화, 디지털화를 위해 창조와 혁신의 노력을 통해 투자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넓혀주셨으면 한다"며 "더불어 개인 투자자의 신뢰 제고를 위한 공매도 전산시스템 등 제도 개선안이 원활하게 안착될 수 있도록 CEO 여러분의 책임감 있는 역할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촘촘한 내부통제를 기반으로 건전한 조직문화를 정립하는데 앞장서 주시기 바란다고 제언했다.
 
이 원장은 "안타깝게도 불법행위로 제재받은 임직원이 다른 회사로 이직해 동일업무에 종사하는 등 안일한 업계관행으로 인해 사적이익 추구와 같은 고객에 대한 신의성실의무를 훼손하는 사고들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며 "CEO 여러분이 내부통제의 최종 책임자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잘못된 조직문화와 업계질서를 바로잡고 금융사고를 예방하는데 총력을 기울여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해 면밀한 사업성평가와 리스크관리도 요청했다.
 
이 원장은 "부실 우려 사업장으로 평가된 경우 충분한 충당금 설정 등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하는 한편 시장불안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유동성 리스크를 관리해주시기 바란다"며 "자본시장 선진화는 주요 운영 주체인 증권사가 정부 및 금융당국과 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줄탁동기(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새끼와 어미가 안팎에서 알 껍데기를 쪼아야 한다는 의미)'의 정신으로 노력해야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전하며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