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세탁하고 가상자산 수익 은닉"…역외탈세 41명 국세청에 덜미

2024-07-02 12:00

탈세 목적으로 국적을 세탁한 사례.[자료=국세청]


탈세를 목적으로 국적을 세탁해 해외에 재산을 숨기거나 용역대가로 가상자산을 받아 수익을 은닉한 역외탈세 혐의자 41명이 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국세청은 2일 국적세탁・가상자산 등 신종 탈세수법을 통해 해외수익을 은닉한 업체를 비롯해 해외 원정진료 소득 탈루, 국내 핵심자산 무상 이전 등 역외탈세 혐의자 총 41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적발된 신분세탁 탈세자는 총 11명으로 미신고 해외 수익에 대한 국세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이름·주민등록 등 흔적을 지우고 외국인으로 국적을 세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국적 변경을 통해 해외 자산과 계좌 소유주가 외국인 명의로 바뀔 경우 국세청이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교묘히 악용했다. 

또 일부 혐의자는 일부 국가에서 일정 금액 이상을 현지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시민권을 주는 황금비자 제도를 이용, 조세회피처의 국적을 취득한 후, 국내 재입국하고 숨겨둔 재산으로 호화생활을 영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역대가로 가상자산을 받으며 수익을 은닉한 코인개발업체 관계자 9명도 적발됐다.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가상자산을 발행(ICO)하고 수익을 은닉한 업체와 해외에 제공한 기술용역에 대한 대가를 가상자산으로 받으면서 매출을 누락한 업체 등이다. 

이들은 매출을 누락한 것에 그치지 않고 해당 가상자산을 판매해 얻은 차익까지 이중으로 은닉하고 일부 업체 사주는 가상자산, 역외펀드로만 재산을 축적하며 부동산 등 국내 자산은 매입하지 않는 수법으로 과세당국의 눈을 속였다.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해외 원정진료를 하면서 받은 가상자산 수익을 은닉한 의사들도 적발됐다. 이들은 해외 원정진료를 현지병원 세미나 등으로 가장해 관련 매출의 일부 또는 전체를 누락했고 일부 혐의자는 해외 원정진료 대가를 법정통화 대신 추적이 어려운 가상자산으로 수취한 후 차명계좌를 통해 국내 반입하는 수법을 썼다. 

사주 일가의 이익 분여를 목적으로 해외 현지법인에 법인자금을 유출한 소재‧부품 업체도 확인됐다. 해당 업체는 자본 잠식된 현지법인에 투자 명목으로 거액을 대여한 후 출자 전환으로 채권을 포기하거나 허위 수수료를 지급하는 등 과세당국의 현지 확인이 어려운 점을 이용해 법인자금을 유출했다. 

이번 조사에서 국내 알짜자산을 국외로 이전하며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다국적기업도 포착됐다. 이들은 국내 자회사의 핵심자산 등을 국외특수관계자 등에게 매각·이전하며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고 무상 또는 저가로 이전된 핵심자산은 기술·특허를 넘어 콘텐츠 배포권, 영업권 등의 권리와 고객 정보, 노하우까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 결과 국내 자회사 일부는 국내 제조·판매 기능을 국외 관계사에게 대가 없이 이전하면서 부수적으로 발생한 해고비용 등을  모회사로부터 제대로 보전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번에 적발된 이들은 사회적 책임과 납세의무를 외면한 채 경제위기 극복에 사용돼야 할 재원을 반사회적 역외탈세를 통해 국외로 유출했다"며 "성실납세로 국가 경제와 재정을 지탱해 온 영세납세자·소상공인에게 박탈감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