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전당대회, '윤심' 살피느라 '민심' 놓친다…당 내에서도 우려

2024-07-01 16:08
7·23 전대 핵심 키워드는 '배신'
"尹에 대한 배신의 정치 한다"
당 일각 "민심의 엄혹함 먼저 생각해야"

국민의힘 당권주자 4인. 왼쪽부터 원희룡·한동훈·나경원·윤상현 의원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이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어대한(어차피 당 대표는 한동훈)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후보들은 '당정 관계'를 강조하며, 윤석열 대통령과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한동훈 후보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당 일각에선 당정 관계가 중요한 것은 맞지만 윤심을 살피느라 '민심'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7·23 전당대회 양상은 여러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동훈 후보를 다른 세 후보가 추격하는 모양새로 흘러가고 있다. 한 후보를 견제하는 여러 후보들은 특히 윤 대통령과의 친소 관계나 여당의 '탄핵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견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원희룡·나경원·윤상현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배신의 정치를 하고 있다"며 강하게 압박 중이다. 한 후보가 여당이 먼저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이를 내부 분란의 불씨라 비판하며 윤 대통령을 배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원 후보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서비스망(SNS)을 통해 "'배신하지 않을 대상은 국민뿐'이라는 (한 전 위원장의) 말은 뒤집어 말하면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 배신, 당에 대한 배신은 별거 아니라는 것으로 들린다"며 "저는 동의할 수 없다"고 썼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튀어나온 핵심 키워드인 '배신'은 지난달 말부터 본격화 됐다. 한 전 위원장은 다른 후보들이 자신을 향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배신의 정치를 한다"고 공격하자 "내가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 정치인이 배신하지 말아야 할 대상은 대한민국과 국민"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원 후보는 지난달 29일 한 후보를 겨냥해 "인간관계를 하루아침에 배신하고, 당원들을 배신하고, 당정 관계를 충돌하면서 어떤 신뢰를 얘기할 수 있다는 건가"라고 질타했다.

나 후보도 같은 날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난 뒤 "특정인에 대한 배신이 국민을 위한 배신이 아니라 사익을 위한 배신"이라고 지적했고, 윤 후보도 "절윤(絶尹·윤 대통령과 절연)이 된 배신의 정치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당 일각에선 이번 전당대회가 윤심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민심과 괴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우리가 총선에서 패배한 이유는 민심의 선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그리고 민심의 선택을 받지 못한 이유는 '수직적 당정관계'로 인한 지나친 용산 눈치보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권 여당인 만큼, 대통령실과의 관계가 중요한 건 맞다"며 "하지만 지금처럼 여론조사에서 몇 달간 국정 지지율이 20%에서 30% 수준에 머무른다면 민심의 엄혹함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