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에서 '혼란'으로…볼리비아, 정치 분열에 경제 수직낙하

2024-06-27 15:02
한때 경제 급성장…지금은 외환보유고 고갈 위기
정치분열에 국정마비 수준…경제난 해결 '난망'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 지지자들이 6월 26일(현지시간) 라파스 무리요 광장에서 군인들에 맞서 싸우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볼리비아의 경제 급성장은 한때 기적으로 통했다.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저소득국에서 중소득국으로 도약했지만, 호황은 짧았다. 지금은 외환보유고가 고갈될 위기다. 볼리비아의 혼란에는 최악의 경기침체와 정치 양극화가 자리한다.
 
26일(현지시간)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을 겨냥한 전 참모총장 후안 호세 수니가 장군 주도의 군부 쿠데타는 실패로 돌아갔다.
 
군부는 병력과 장갑차 및 탱크 등을 앞세워 수도 라파스의 무리요 광장을 장악했다. 이곳에는 대통령궁(정부 청사), 국회, 대성당 등이 모여있다. 그러나 시민을 포함한 시민단체 및 노동조합 등이 쿠데타에 반발했고 쿠데타 시도 3시간여 만에 군부는 광장에서 철수했다. 아르세 대통령은 “민주주의 만세”를 외쳤고, 군중들은 국가를 부르며 환호했다.
 
그러나 볼리비아의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아르세 대통령이 취임했던 2020년, 볼리비아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전 대통령인 에보 모랄레스 축출 과정에서 발생한 시위 및 군부 압력 등으로 사회 긴장은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더구나 정치적 동지로 통했던 아르세 대통령과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반목하면서, 여당마저 둘로 쪼개졌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아르세 대통령에 맞서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야당은 소속 정치인들이 수십명이나 투옥된 데다가, 여당보다 분열이 극심해 존재감이 작다.
 
문제는 경제가 최악의 상황이라는 점이다. 정치 분열로 국정이 마비돼, 경제난 해결이 불가능하다. 볼리비아는 막대한 리튬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르세 정부는 리튬 광산을 개발하기 위해 러시아 및 중국 등과 계약을 체결했으나,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볼리비아 경제는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천연가스 붐에 힘입어 고도 성장했다. 2003년 10억 달러 수준이었던 외환보유고는 2014년 150억 달러가 넘었다. 2006년 집권한 모랄레스 대통령은 석유 및 가스산업을 국유화했다. 그리고 에너지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을 복지정책, 인프라 건설 등에 적극 지출했다.
 
그러나 2014년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면서 원자재 의존 경제 성장 모델은 종말을 맞았다. 가스전 노후화 및 탐사 부족 등까지 겹치며 볼리비아의 가스 수출량은 10년 전 대비 3분의 1로 줄었다. 볼리비아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석유 및 가스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8%였던 것이 2023년에는 3%로 쪼그라들었다. 2022년에는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에너지 순수입국이 됐다.
 
정부 재정 적자는 심화됐다. 볼리비아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자국 통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외환보유고에 있던 금마저 대거 팔았다. 지난해 기준으로 금 보유량은 법적 기준인 22톤(t)을 약간 넘는 23.5t에 불과하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올해 2월 볼리비아의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정급)보다 낮은 CCC로 하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