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폭탄 관세'에도 BYD는 승승장구?

2024-06-27 06:00
보조금 혜택으로 '쑥쑥'...배터리 개발해 '질주'
가격 경쟁력 비결은 '완벽한 자체 공급망'
관세 장벽도 뚫을 듯...정부는 총력 지원

중국 대표 전기차 기업 비야디(比亞迪·BYD). 비야디는 지난해 4분기, 전기차 판매 부동의 1위였던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에 등극했다. 올해 1분기 테슬라에 다시 자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연간 전체로 보면 비야디가 다시 왕좌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서방이 세우고 있는 ‘관세 장벽’도 비야디의 질주를 막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 비야디의 신에너지차(전기·수소·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300만대를 넘어섰고, 수출은 전년 대비 334% 폭증했다. 글로벌 마케팅 리서치 기업 칸타는 최근 비야디의 브랜드 가치가 100억5400만 달러(약 13조8500억원)에 달한다고 평가했다.  
 
보조금 혜택으로 '쑥쑥'...배터리 개발해 '질주'
중국 대표 전기차 기업 비야디가 출시한 전기차 모델들 [사진=비야디]

1995년 설립된 비야디는 원래 휴대폰·노트북 등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제조하는 배터리 기업이었다. 자동차 시장에 진출한 건 2003년 시안친촨자동차를 인수하면서다. 비야디는 도요타의 코롤라를 모델로 삼은 내연기관차를 생산하며 자동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2008년과 2009년 각각 하이브리드차와 순수전기차를 선보였다. 하지만 가격도 성능도 경쟁력이 떨어져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았다.

비야디의 반전 드라마는 전기버스와 택시용 전기승용차를 선보이면서부터 시작됐다. 정확히 말하면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을 잘 활용한 덕분이다. 2009년 중국 정부는 전기버스·택시 등 공공부문 차량 제조사를 대상으로 보조금 지급에 나섰고, 비야디는 보조금을 받기 위해 같은 해 전기버스 생산에 돌입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비야디의 전기버스는 미국·독일·네덜란드 등으로도 팔려나갔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이후 오랫동안 비야디의 신에너지차 사업은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와 밀접하게 움직였다”고 짚었다.

하지만 2016~2019년 중국 정부 정책이 조정·축소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비야디는 다시 개인 소비 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우선 디자인에서 혁신을 꾀하기 위해 아우디와 페라리, 메르세데스 벤츠 등 글로벌 기업 출신 디자이너 3명을 영입했다. 또한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배터리 개발에 힘을 쏟았다. ‘배터리 제조사 출신’이라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비야디는 삼원계 대신 가격이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집중 개발하며 2020년에는 에너지 효율 문제를 보완한 차세대 리튬인산철 배터리 ‘블레이드’를 선보였고, 같은 해 블레이드를 탑재한 순수전기차 모델 ‘한’을 출시했다.

한의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700㎞에 달한다. 가격은 저렴한데 테슬라 못지않은 성능을 갖춘 것이다. 2011~2020년 50만대도 채 되지 않았던 비야디의 판매량은 2021년 73만대(전기차 55만대), 2022년(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187만대, 2023년 300만대로 수직 상승했다.
 
가격 경쟁력 비결은 '완벽한 자체 공급망'
그렇다면 비야디의 가격 경쟁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 사실 중국 업계도 유럽 시장만큼이나 비야디가 낮춰놓은 가격으로 애를 먹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업계 관계자는 “10만 위안짜리 엔트리급 (전기차) 시장에서 비야디의 경쟁력은 다른 업체들을 절망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비야디의 낮은 가격은 배터리뿐만 아니라 모터·전자제어 장치 등 전기차의 주요 부품을 자체 조달하고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 비야디는 자사 차량에 탑재할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는 사실상 유일한 기업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비야디는 창업자 왕촨푸의 사촌이 소유한 룽제그룹과 리튬 채굴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는 등 배터리 소재 공급망까지 확보했다. 전력 반도체도 자회사가 직접 만든다. 자체 공급망을 통해 절감한 비용으로 비야디는 ‘전기가 기름보다 싸다(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싸다)’는 기치를 내걸고 ‘가성비 끝판왕’의 전기차를 시장에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비야디 창업자 왕촨푸는 “우리는 다른 기업들과 다르게 전기차 공급 체인 전체를 갖췄다”며 “100년 만에 온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야디는 배터리의 외부 판매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테슬라의 중국 상하이 공장과 포드, 도요타 등에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올 초 자사 첫 전기차를 공개한 샤오미와 지난달 공개된 웨이라이(니오)의 서브 저가 브랜드 러다오도 비야디 배터리를 쓰기로 했다. 지난해 중국 리튬배터리 시장에서 비야디의 점유율은 40%를 넘어서며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 닝더스다이(CATL·34%)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관세 장벽도 뚫을 듯...정부는 총력 지원
중국 장쑤성 롄윈강항에 늘어선 수많은 수출용 비야디(BYD) 전기차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최근 미국, 유럽 등 서방이 중국산 전기차를 겨냥해 ‘관세 장벽’을 쌓고 있지만 비야디는 배터리를 앞세운 가격 경쟁력으로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논의되는 수준의 관세는 수출이 불가능한 수준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유럽연합(EU)이 이번에 비야디에 적용키로 한 추가 관세율은 17.4%로 중국 업체 중에서도 가장 낮다. 이달 EU가 발표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추가 관세 조치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업체에 평균 21%의 추가 관세가 부과되고,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나머지 중국 전기차 업체에는 일괄적으로 38.1% 추가 관세율이 적용된다. 중국 자동차산업 컨설팅업체 오토싱의 창업자 레이싱은 “BYD는 낮은 관세율로 기회를 잡았다”면서 “원래는 40% 이상의 추가 관세를 예상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비야디 전기차의 유럽 판매가는 중국의 약 두 배에 달한다. 관세(현행)·배송비 등 수출 비용을 전부 제외해도 중국 시장에서보다 이익이 훨씬 많이 남는다. 미국 민간연구소 로듐그룹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비야디의 유럽 시장 수익률은 중국보다 45%나 높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조안나 첸 애널리스트는 “(유럽 시장에서) 비야디 전기차는 동급 모델 중 최고의 수익성을 내고 있어 EU의 추가 관세에 따른 부담을 대부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야디는 관세를 우회하기 위해 유럽에 생산 거점도 마련할 계획이다. 헝가리에는 2025년 말 가동을 목표로 연간 생산량 20만대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으며, 유럽 내 두 번째 공장 건설을 위해 적합한 국가와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또한 현재 프랑스와 독일 내 기존 공장을 개조해 활용하는 방안을 두고 적극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컨설팅 기업 알릭스파트너스의 앤드류 버그바움 파트너는 “현지 부품을 충분히 많이 사용하기만 하면 중국이 유럽에 전기차를 무관세로 판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도 관세 협상에 적극 나서고 있어 최종 관세가 더 낮아지거나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EU의 이번 관세 부과 조치는 내달 4일부터 적용되지만, 오는 11월 27개 회원국의 투표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아직 협상을 위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이다. 중국은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반덤핑 조사 중에 있는 유럽산 수입 브랜디를 비롯해 유럽산 돼지고기·유제품 등에 대해서도 ‘보복 관세’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EU를 압박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독일을 상대로 회유를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도 나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2일 EU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상 계획 발표 처음 열린 중국과 독일 간 고위급 회담에서 중국 측은 독일에 EU의 관세를 막아주는 대가로 독일산 고배기량차에 대한 기존 관세를 인하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중국 전기차의 미래를 책임져줄 비야디에 유럽 수출의 문을 활짝 열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차이신은 “중국 당국은 2025년까지 연간 판매량이 500만대에 달하는 전기차 기업이 탄생하길 희망하고 있다”며 “공식적으로 지명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업계는 이 같은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기업은 비야디가 유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