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미학살' 진실규명 거부한 진실화해위 승소...법원 "과거사 규명대상 아니다"

2024-06-25 15:23
재판부 "대한민국 국민 인권이 침해된 경우에 대한 진실 규명하는 것"
응우옌 씨 등 하미학살 피해자들 진실화해위에 진실 규명 신청했으나 지난해 5월 조사 거부

 
서울중앙지방법원 [사진=연합뉴스]
법원이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이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이른바 '하미 마을 학살사건'을 조사하지 않기로 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측 결정이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2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응우옌티탄 씨 등 5명이 진실화해위를 상대로 한 신청 각하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정리법) 입법 취지는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이 침해된 경우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라며 "이 법이 규정한 진실규명 조사 대상에 외국에서 벌어진 외국인에 대한 인권침해 사건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고들 주장을 따르면 진실규명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조사나 진실규명이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울 뿐 아니라 외교적 갈등 등 여러 문제도 야기할 수 있고, 과거사정리법에 따른 진실규명을 거치지 않고도 대한민국에 권리구제를 신청할 방법이 많다"고 짚었다.

앞서 티탄씨 등은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8년 2월 24일 꽝남성 하미마을에 파병된 한국군(청룡부대)이 현지 민간인 약 135명을 집단 학살했다고 추정되는 일명 '하미 마을 학살 사건'에 대해 진실화해위에 진실 규명을 신청했다. 

지난해 5월 진실화해위는 베트남 전쟁 시기 벌어진 외국인에 대한 인권 침해는 과거사정리법에서 규정한 진실규명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사건을 조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에 불복한 피해자와 유족 측은 "과거사정리법에 '외국에서 벌어진 외국인에 대한 사건'을 조사 대상에서 배제하는 규정은 없다"며 불복 소송을 냈다.

앞서 유족 측은 베트남 전쟁 당시 청룡부대 3개 소대가 하미 마을을 에워싸며 들어왔고 장교 지시에 따라 병사들이 자동소총과 유탄발사기 등을 동원해 민간인 약 135명을 2시간에 걸쳐 학살했고 이후 불도저를 가져와 시체를 한꺼번에 묻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00년 월남참전전우복지회가 진상 조사를 위해 하미 마을을 방문했으나 당시 하미 마을에서 한국군 학살이라고 단정지어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당시 하미 마을은 격전지였기에 여러 부대가 지나갔으며 한국군이 학살했다는 증거도 없다는 주장을 펴며 진실 공방이 불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