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통신정책 '제4이통 좌초' 교훈삼아야
2024-06-26 06:00
정부가 추진한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들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총선용 정책에 불과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제4이동통신사는 사업자 신뢰성 문제로 물거품이 됐고,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폐지 법안은 여야 정쟁에 밀려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다. 최근 새롭게 구성된 22대 국회는 통신비 등 민생 정책엔 관심이 없고 방송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 격돌이 예고된 상황이다.
제4이통 출범은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야심 차게 준비해 온 정책이지만 22대 국회에서 야권이 압승하면서 무산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그간 야당을 중심으로 사업자의 자금 조달 능력과 설비투자 의지, 소비자 편익 효과 등 제4이통 추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왔다.
제4이통 사업자 선정 절차가 진행되면서 이 같은 우려는 해소되지 않았다. 그런데 선거가 끝난 직후 정부는 사업자의 재정 능력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후보 자격을 박탈했다. 22대 국회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정부의 무리한 정책 추진에 대한 향후 감사 가능성을 고려해 취소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부의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시각도 있다.
단통법 폐지를 두고는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단통법 폐지 효과나 부작용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이후 대책도 없이 발표한 무책임한 선언에 불과하단 주장이다. 단통법 폐지안은 21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폐기되면서 통신시장에 혼란만 야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최근 야권에서도 단통법 신속 폐지에 동의하면서 22대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들이 일관성 없이 추진되면서 업계의 회의적 반응을 키웠다. 제4이통 추진을 비롯해 단통법 폐지,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도입 등 가계 통신비 인하를 목표로 추진됐지만 이들 모두 알뜰폰 활성화 정책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존 정책들 간 균형을 맞추면서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제4이통과 단통법 폐지 등 이번 실패의 경험을 토대로 실효성 있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통한 가계 통신비 인하도 중요하지만 알뜰폰 등 여러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균형 있는 정책이 추진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