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 '글로벌 경영' 정조준...미래 기술로 '위기 극복' 나선다

2024-06-24 17:25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메타·아마존·퀄컴 '빅테크 동맹'
최태원 SK회장, 대만 TSMC 만나 "AI시대 초석 함께 열자"
구광모 LG그룹 회장, 북미 사업 점검…"빅스텝 만들자"
김동관·정기선, 그리스 출격…차세대구축함 공방 후 첫 행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서부 팔로알토에 있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자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와 미·중 갈등 고조, 고금리 장기화 등에 따른 대외악재 확대로 국내 재계 전반에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주요 총수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국내에서는 ‘경영 전략 회의’를 통한 조직 혁신을 꾀하면서, 해외에서는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 AI 사업을 직접 챙기고 나섰다. 특히 미국을 찾은 주요 총수들은 AI과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의 최신 흐름을 점검하고, 빅테크 기업들과 협업 등 신사업 모색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24일 재계 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달 초 2주간 미국 출장에서 메타, 아마존, 퀄컴 등 글로벌 IT, AI, 반도체 분야의 주요 빅테크 기업 CEO들과 잇따라 면담했다.

이 회장은 지난 11일 미국 팔로 알토에 위치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최고경영자)의 자택으로 초청받아 단독 미팅을 했다. 그는 저커버그와 AI,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미래 ICT 산업 및 소프트웨어(SW) 분야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12일에는 시애틀 아마존 본사를 찾아 앤디 재시 아마존 CEO를 만났다. 이 자리에는 전영현 DS(반도체)부문장과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한진만 DSA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회장은 재시 CEO와 생성형 AI 및 클라우드 컴퓨팅 등 주력 사업에 대한 시장 전망을 공유하고, 양사 협력 방안에 대해 심도있게 협의했다.

최 회장은 지난 22일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김주선 SK하이닉스 사장 등 SK그룹 AI·반도체 담당 경영진과 함께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최 회장은 먼저 빅테크들이 집중된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를 방문했다. 지난 4월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의 회동 후 2개월여 만의 재방문이다. 

최 회장은 미국 AI·반도체 빅 테크 경영진들이 강조하는 '인류의 미래에 공헌하는 AI'에 대한 의견들도 함께 나눌 전망이다. 그는 지난 6일에도 대만을 찾아 웨이저자 TSMC 신임 회장과 만나 "인류에 도움되는 AI 초석을 함께 만들자"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혼소송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인 최 회장이 미국에서 AI 리더십을 펼치며 난국을 정면 돌파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실제 최 회장은 항소심 판결 이후 소집된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반도체 등 디지털 사업 확장을 통해 'AI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구광모 회장도 지난 17~20일 나흘 동안 미국 테네시주와 실리콘밸리 등을 방문해 북미 사업 전략을 점검하고 미래 사업 준비 현황을 살폈다. 구 회장은 테네시에서 LG전자 생산법인, LG에너지솔루션·제너럴모터스(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등을 방문했다. 북미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한 테네시에서 시장과 고객 트렌드, 통상 정책 등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 전략을 점검했다.

특히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 투자 허브 LG테크놀로지벤처스와 LG전자 북미이노베이션센터를 찾아 AI 분야 등 미래 준비를 위한 스타트업 투자 및 육성 전략을 논의했다.

이외에도 총수 2세들은 직접 해외 정상과 회동을 통해 큰 그림의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역시 최근 그리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조선·해양 박람회 ‘포시도니아 2024’에 참석했다.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수주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부회장이 지난달 법정 공방 이후 해외 행사에 함께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계 관계자는 "오는 9월 미국의 금리 인하가 예상되면서 기업들이 투자가 늘어나는 등 AI, 반도체 분야의 본격적인 상승 사이클 전환이 예상된다"며 "AI 캐즘(초기 시장 성장 단계와 대중화 시기 사이 발생하는 정체)을 벗어날 기회인 만큼 AI 생태계 선점을 노린 총수들의 미국 방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